비워내는 건 외로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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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내는 건 외로운 법이다

고은영 0 41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비워내는 건 외로운 법이다 / (宵火)고은영


깊은 겨울 추위 속에도 창가에서면
이 따뜻한 햇살 안에 어둠처럼 웅크린
주기적인 우울이 온통 충만해 목이 멘다

달큼한 커피향을 즐기고
지리한 시간의 거울 앞에 서서
젊음이 하나씩 매몰된 자리마다
추한 늙음이 자리 잡은 여백은
황홀한 빛살로 분주하지만
그래도 나의 시간은
한적하기만 한 것이어서 행복한 것이다

내 모습을 보며 지금 당신은 울고 있는가
울지 마라
바라보는 그로 족하다는 말처럼
아픈 게 어디 있느냐
영혼에 접어놓은 그 서러운 가슴을 펼치면
저 시린 강변 어디쯤 가오리 연이
바람 에다 파르르 고적한 떨림들
어찌 아무렇지도 않단 말이냐

인생이 아무리 비워내는 것이라 해도
외로움은 긴 꼬리로 하늘에 펄럭이고
사랑이 값없이 거저 주는 것이라 해도
소유하고픈 욕심이야 왜 없겠느냐
 
지고한 그대의 안부마다
제 살을 찢으며 보고 파지는
그도 고통인 것이다
가난한 수의를 베고 누운
이 따듯한 햇볕도 그리움인 것이다
지극한 사랑인 것이다
그러므로 비워내는 건 무엇이건 외로운 법이다

2009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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