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전역의 겨울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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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30 14:3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추전역의 겨울 / (宵火)고은영
우리는 서로를 그렸다
몇 세기를 돌아 피죽 같은 얼굴로 선
남루한 역의 헐떡이는 숨결을 캔버스에 담았다
건조한 광부들의 비애를 그렸다
한해살이 들풀들이 미라처럼 버석거렸다
지상에 가장 높은 역
그러나 세속에 잊혀 진 가장 낮은 역
외로움만 역전을 수탈하고 있었다
껌처럼 달라붙은 징한 바람이 불었다
산새도 우짖지 않은 고립만이 팽배해 있었다
벌목꾼들이 수렴해 놓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허리가 잘린 채
희멀겋게 나자빠져 뒹구는 자리에서
달 뜬 신음으로 사랑을 그렸다
짜릿한 입맞춤을 그렸다
그리움이 탱글탱글 부풀어 올랐다
검은 석탄 가루가 매캐하게
우리 콧잔등에 수북이 쌓였다
오후가 들면서 둥근 낮 달이
정선의 샛길을 돌아 첩첩이 싸인 태백에
죽어있는 탄광의 능선을 타고 올랐다
아, 견딜 수 없는 사랑이여
골짜기마다 강물도 숨죽인 산간에
겨울은 차가운 입김으로 일어서는데
너는 어찌하여 투명한 슬픔으로
내게 와 부딪히는 것이냐
어찌하여 황량한 대지에서
황홀한 설원을 그리는 것이냐
눈이나 내려라
세월의 더께에 눈이나~아 내려라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들이
또 다른 절명을 부를지 누가 아느냐
또 다른 사랑을 그릴지 누가 아느냐
20090113
우리는 서로를 그렸다
몇 세기를 돌아 피죽 같은 얼굴로 선
남루한 역의 헐떡이는 숨결을 캔버스에 담았다
건조한 광부들의 비애를 그렸다
한해살이 들풀들이 미라처럼 버석거렸다
지상에 가장 높은 역
그러나 세속에 잊혀 진 가장 낮은 역
외로움만 역전을 수탈하고 있었다
껌처럼 달라붙은 징한 바람이 불었다
산새도 우짖지 않은 고립만이 팽배해 있었다
벌목꾼들이 수렴해 놓은
아름드리 나무들이 허리가 잘린 채
희멀겋게 나자빠져 뒹구는 자리에서
달 뜬 신음으로 사랑을 그렸다
짜릿한 입맞춤을 그렸다
그리움이 탱글탱글 부풀어 올랐다
검은 석탄 가루가 매캐하게
우리 콧잔등에 수북이 쌓였다
오후가 들면서 둥근 낮 달이
정선의 샛길을 돌아 첩첩이 싸인 태백에
죽어있는 탄광의 능선을 타고 올랐다
아, 견딜 수 없는 사랑이여
골짜기마다 강물도 숨죽인 산간에
겨울은 차가운 입김으로 일어서는데
너는 어찌하여 투명한 슬픔으로
내게 와 부딪히는 것이냐
어찌하여 황량한 대지에서
황홀한 설원을 그리는 것이냐
눈이나 내려라
세월의 더께에 눈이나~아 내려라
돌아갈 수 없는 그리움들이
또 다른 절명을 부를지 누가 아느냐
또 다른 사랑을 그릴지 누가 아느냐
20090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