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고는 소리
성백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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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2 10:15
저자 : 성백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코 고는 소리 / 성백군
드르릉, 훅!
옛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골다가 멈추면 무서웠다
내 나이 대여섯 살
전깃불도 없던 시절
깊은 밤, 달은 밝고 사랑방은 넓고
팔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단둘이 잠을 자는데
뜨락 감나무 그림자는 저승사자 주문처럼
창문에 어릿거리고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뚝, 멈추면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한 갑자가 지난
지금, 나도 할아버지가 되어
아내의 코 고는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여자가 코를 다 골까?
얼마나 무심했으면 아내가 코를 곤다는 것도 몰랐을까?
어쩐지 미안하고
함께한 지난날들이 부끄러워
아내의 머리를 끌어안고 베개를 바로잡아 주며
코 고는 소리가 멈추고 숨소리가 고르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잠이 드는데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당신 코 고는 소리가 천둥 같아서
무섭단다.
935 - 11172018
드르릉, 훅!
옛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골다가 멈추면 무서웠다
내 나이 대여섯 살
전깃불도 없던 시절
깊은 밤, 달은 밝고 사랑방은 넓고
팔순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단둘이 잠을 자는데
뜨락 감나무 그림자는 저승사자 주문처럼
창문에 어릿거리고 할아버지 코 고는 소리
뚝, 멈추면 숨넘어가는 줄 알았다
한 갑자가 지난
지금, 나도 할아버지가 되어
아내의 코 고는 소리를 듣는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여자가 코를 다 골까?
얼마나 무심했으면 아내가 코를 곤다는 것도 몰랐을까?
어쩐지 미안하고
함께한 지난날들이 부끄러워
아내의 머리를 끌어안고 베개를 바로잡아 주며
코 고는 소리가 멈추고 숨소리가 고르기를
기다리다가 나도 잠이 드는데
아내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당신 코 고는 소리가 천둥 같아서
무섭단다.
935 - 1117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