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과 함께 온 편지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낙엽과 함께 온 편지

고은영 0 40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낙엽과 함께 온 편지 /  (宵火)고은영 


황금빛 억새 무리 가을 들판을 가로질러 가는
어느 소녀의 남색 치맛자락에
들꽃 향기로 머무는 가을의 따스한 품 안에는
그녀가 꿈꾸던 추억 몇 장이 고이 접혀 잠을 잔다

생각하면 황혼을 그리다 만
붓끝에 묻은 초록색 물감처럼
설레는 가슴보다 더욱 혼미한 향기로 전이되는
싸하게 저려 오던 사춘기 풋풋한 기억들
그녀는 가슴에 소중하게 쌓여 있던
가장 신비한 계절의 향기를 더듬고 있다
아. 그것은 가을이면 종종 꿈꾸던 그리움

첫사랑이었을까
그날의 곱디고운 가슴을 열어
상아빛 하이얀 손으로 불쑥 내밀던 소년의 편지
쑥스럽게도 말까지 더듬던 소년의 어눌한 눈빛
햇살 줄기 따라 가을의 더께에 부유하던 

계절의 찬란한 분진들이 샛강 따라
환호하는 바람에 춤을 추고 소녀의 맑은 눈망울처럼
곱게도 피어 흔들리던 보랏빛 구절초
한 폭의 물빛 수채화처럼 맑기만 했던

소년이 보내온 편지 갈피엔
사랑 고백보다 더 아름다운 새빨간 단풍이
황홀하고 향긋한 얼굴로 환하게 웃고
칡넝쿨 얼키설키 늘어진 틈새로 떨어지던 낙엽
가을 으름 농익은 단맛에 드높은 하늘엔
기러기 떼 날 마나 줄지어 하늘을 날던

바람이 차다
다섯 개의 가로등이 서 있는 운동장에서
이 밤 소년은 밤새 녹슨 자전거 페달을 밟고 있다
투영되는 불빛에 소년의 그림자가 길게 클로즈업돼 온다

20081023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