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길에 묻혀 죽은 시(詩)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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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8 18:0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눈길에 묻혀 죽은 시(詩) / (宵火)고은영
나의 시(詩)는 배고프고 춥다
아무리 염불을 해도
자유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슬픔의 언저리만 맴도는 획일적인 발상
주인 잃은 사랑들이 일 년 내내 지상을 떠돌고
가난이 빼곡히 박힌 서적들이 초라한 향기로
한 해의 말미에 비상을 꿈꾸거나
고운 향기로 기화되고픈 소망은
어김없이 고사해 버리는 겨울 깊은 중심
나의 눈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고
딱딱한 에고의 표면에 미숙한 사랑을 숙성시켜
영원한 사랑의 완성을 꿈꾸는 것
그러나 이 각박한 세상은 나의 사랑도 변질시키고
기형의 시를 출산시키는 시린 애창으로 남은 지 오래
사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도
내가 그 사랑을 분별치 못해 죽어가나니
시인이 사랑을 잃으면 무엇으로 살며
시가 사랑을 잃으면
냉기 가득한 세상을 무엇으로 데울까
20091229
나의 시(詩)는 배고프고 춥다
아무리 염불을 해도
자유의 경계를 넘지 못하고
슬픔의 언저리만 맴도는 획일적인 발상
주인 잃은 사랑들이 일 년 내내 지상을 떠돌고
가난이 빼곡히 박힌 서적들이 초라한 향기로
한 해의 말미에 비상을 꿈꾸거나
고운 향기로 기화되고픈 소망은
어김없이 고사해 버리는 겨울 깊은 중심
나의 눈은 변하지 않는 사랑을 보고
딱딱한 에고의 표면에 미숙한 사랑을 숙성시켜
영원한 사랑의 완성을 꿈꾸는 것
그러나 이 각박한 세상은 나의 사랑도 변질시키고
기형의 시를 출산시키는 시린 애창으로 남은 지 오래
사랑은 항상 그 자리에 있어도
내가 그 사랑을 분별치 못해 죽어가나니
시인이 사랑을 잃으면 무엇으로 살며
시가 사랑을 잃으면
냉기 가득한 세상을 무엇으로 데울까
200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