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고도의 사람들-순례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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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의 사람들-순례자의 길-

손우호 0 733
저자 : 손상호(우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차마고도의 사람들-순례자의 길-


중국 쓰찬성에서 티벳 라싸까지 2,100 킬로,
가을 추수 끝나고 다섯 명의 사내가 가야 할 길.
두꺼운 나무 판에 가죽으로 끈을 만들어 못을 박는다
오체투지(*)로 2,100 킬로를 가려면 나무 장갑 60개가 필요하다
두꺼운 가죽으로 치마는 8개 마련했다
젊은 셋은 오체투지, 노인 둘은 짐을 챙겨 수레를 끈다.
다섯 걸음 옮기고 한번 엎드려 가는 길, 하루에 6 킬로씩이다
모래 먼지 길, 자갈길, 얼음길, 눈길, 시멘트길,
계곡, 개울, 얼음강, 길 없는 절벽길,
걸어가는 것일까 기어가는 것일까 
산염소가 놀라고 설산도 절레절레 고갤 흔든다
보리빵 한 개와 차 한 잔으로 하는 저녁,
힘들기만 한 길 왜 나섰느냐 물으니
고통 삶 끝내고 다시 태어날 준비를 하지요
아들 잃고 모든 걸 버리고 기도하며 평화를 구하지요
가죽치마가 3개밖에 안 남아 고무로 깁더니 길 재촉할 뿐.
굳은 이맛살, 물집 무릎 하루하루 더해가도
영하 20도의 밤,
텐트 속에서 불경을 읽는다
폐병을 앓는 66살 ‘부사’는 탈이 나 수레를 못 끌고
대나무 지팡이에 의지하며 오르막을 오른다
가다가 죽으면 그만이고
이길 가다가 죽으면 더 영광이고
고통이 클수록 자신의 죄가 더 씻겨난다고 했다
쓰찬성 떠난 지 6개월, 봄이 왔고 4월에 라싸에 도착했다
‘중국석유’ 간판이 보이는 시내를 
마지막 오체투지로 가로질러 닿은 비원의 조캉사원.
실크 목도리 ‘하다’로 축하를 받고
부처님 앞에서 두 달 동안 10만배를 올렸다.
노인 둘은 고향으로 돌아갔고, 막내는 동충하초를 캐러 갔고
두 사람은 라싸에 남아 라마(**)가 되었다
마지막 절을 올린 뒤
성한 곳 하나 없는 몸으로 웃기만 하더라     
이미 인간의 것이 아닌 웃음,
차마고도는 인간이 아닌 사람만 산다


(*) 다섯 걸음을 옮긴 뒤 몸 전체를 땅바닥에 엎드려서 하는 절,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자세로 하는 절
(**) 티벳 승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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