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랑 시의 백과사전 > 시백과 >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3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3
 
* 특정종교나 정치.사상,이념을 노골적으로 찬양하거나 비방하는 작품은 게재를 금합니다.
* 지극히 개인적 이야기와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시인)에는 아호, 닉네임이 아닌 이름만 기재하셔야 하며,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에서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동시에 10만건을 검색합니다. 검색결과가 보이지 않을때는 [다음검색]을 눌러서 확인하십시오,


* 연속하여 3편, 하루 5편을 초과하지 않도록 협조하여 주십시오. 이를 위반하면 예고 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 글쓴이 : 고은영     날짜 : 19-12-10 20:47     조회 : 166    
    · :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3
    · 저자(시인) : 고은영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미발표
    · 출판사명 : .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 (宵火)고은영

1 Andantino (안단티노)


밤새 눈이 내렸다
눈을 뜨면 버릇처럼 창가로 다가서는 그녀 앞에
아침은 온 세상 환하게 흰 눈으로 소복이 쌓여 있었다
거친 세상에 공중을 부유하던 겨울 황사가 며칠 전 심했고
안개도 온통 도시를 재색으로 물들이더니 도심은 흐느적거렸다
밤새 내리는 눈에 묻혀 모든 혼돈과 끈적이는 더러움이 씻기고
그녀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
흰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렸을 적 어른들의 하던 얘기가 기억이 났다

공중을 가로 질러 눈 내리는 주택가 담장을
까치가 날고 있었다
외로운 날갯짓, 까치는 원을 그리며 날더니
어느 주택의 옥상 안테나를 타고 앉았다
지극히 평화로운 아침 무엇으로도
그녀의 이 작은 행복을 깨지는 못할 것이다


2 Legato (레가토) 


" 아줌마 사실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몇 년 전 그 무더운 여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소환 돼간 경찰서에서
하루종일 조서를 받던 기억, 그 끈적이던 시간 들
받아드릴 수 없는 억울함에 입술이 타고
눈물을 쏟아내던 백치 같은 그녀에게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동정해 주었고 그녀를 위로 해 주었다
그날 마시던 커피는 뜨겁고 쓴맛만 그녀에게 남겨 주었을 뿐이다 

얼마 뒤 동부지검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녀의 지성에 피던 작은 행복
그녀는 수치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왜 사람들은 더러 무고한 사람마저 법의 테두리로 몰고
사회의 제도에 의해 심판받기를 원하는지......

법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진실 또한 거짓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실은 진실 그 자체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고하게 고발당해도 타의에 의한 자신의 행적을
낱낱이 일기처럼 기억해 내야 하는 것도 인생이다
세상은 그런것이다
그녀는 누구를 해한 적도 없고 누구를 밀고하고
고발할 만큼 그렇게 야멸차게 세상을 살아 오지 않은 자신이
결코, 부끄러운 삶이 아님을 깨달았던
그때 비로소 신께 감사할 수 있었다


3 Lento (렌토)


"내 새끼를 본 적 있지요?"

이웃집 옥상 안테나에 앉았던 까치가
난데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 무슨 얘기야? 네 새끼를 보다니?"

"며칠 전에 어느 광장에서 당신은 잃어버린
내 새끼를 본 적이 있어요
험상궂은 청년들이 하는 얘기를 난 그 때
잎이 진 플라타너스 가지에 앉아서 다 들었는걸요"

까치는 슬픈 얼굴로 그녀에게
더 이상 자신의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 비파 꽃이 피던 섬 얘기를 묻지 않던가요?"

".... 아~ 기억하지 ....
비파 꽃이 피는 숲으로 보내 달라고...."

그 섬에 비파 꽃이 활짝 피면
고요한 환희와 설렘 속에 여름이 무르익을 즈음
달디 단 비파 열매를 먹을 수 있는 환영과
태고의 웅장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에 대하여
더 이상 그녀는 까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섬의 이름과 그 섬의 아름다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하므로 ....

구차한 그녀의 형편을 까치에게 그녀는
미주알고주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4  Adagietto (아다지에토)


그 섬에서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만났고
그녀의 무수한 사랑들을 떠나보냈다
생각하면 어떻게 그녀가 이곳의 도심까지
흘러들어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랑은 그녀에게 한번으로 족한
그녀의 신앙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과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변하고 바뀌는 여러 가지 유형의 얼굴과
여러 가지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밤새 그녀는 아가페의 손을 잡고
달콤한 수면 속을 유영 했다
가슴을 열고 바라본 하루치 행복에서
그녀는 그토록 보고픈
사랑의 얼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비파 꽃이 피는 그 아름다운 섬을
다시는 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너무 깊은 것이라서
잃어버린 길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 섬의 길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5 morendo (모렌도)


눈은 오후 들면서 함박눈으로 변했다
그녀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그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향하여 걸었다

"에이... 좀 더 나온 후에 후진해야지...!
그렇지 좀더....  좀더 앞으로 뺀 후에..."

간간이 흩날리는 눈을 맞고 어떤 사내 가
BMW 차에 대고 손으로 액션을 취하며
뭐라고 지껄이고 있다

을씨년스런 거리 대로변은 자동차의 질주로
눈이 엉키고 녹아서 지저분해져 있다
갓 길에 소복이 쌓인 눈은 누가 억지로
밟지 않은 이상 순수를 고수할 것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꼬마 두 놈이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덩이를 열심히 굴리고 있다
아, 산다는 건 저렇게 무심한 행동에도
따듯한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구석진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점심 먹었니?"

" 응 먹었어..."


6 ritardando(rit.) (리타르단도)


그녀는 그를 보면 그 넓은 가슴에
얼굴을 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의 가슴에 흐르는 강물 소리는
어떤 소리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그녀는 펑펑 운 적이 있었다
살아감의 난해한 상처에 대해
그리고 흩어져 산화한 사랑에 대해 정말로 울고 팠던 날
그녀는 그의 가슴을 빌려서 꽤 긴 시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짤막한 대화가 오가고 그녀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건장한 어깨가 오늘따라 지쳐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운명과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시간 속에
그는 자신의 자리와 자신의 일에 대해
자랑하지도 않았고 불평하지도 않았지만
그가 힘들어 한다는 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하고 애틋한 위로 한마디 해 주고 싶어도
그녀는 인색할 정도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커피를 시키지 않고 레몬차를 시켰다

그녀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문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20080111


작품 검색   
번호 제목 저자 조회수 등록일 글쓴이
습작,초고.퇴고 중인 작품은 이곳에 올리지 마십시오  ... 4888 06-18 운영자
시 등록을 위한 안내 (25)   574642 04-11 운영자
971 겨울, 잃어버린 이야기 - 권말선  권말선 4318 08-14 관리자
970 이별에 관하여 - 권말선  권말선 4211 08-14 관리자
969 완행버스를 타고 기차역으로 - 권말선  권말선 4561 08-14 관리자
968 떠날 시간 - 권말선  권말선 3907 08-14 관리자
967 사랑을 시작하기 전에 - 권말선  권말선 4180 08-14 관리자
966 어비리 저수지 - 권말선  권말선 5065 08-14 관리자
965 포장마차 연가 - 권말선  권말선 4290 08-14 관리자
964 고백 - 권말선  권말선 4102 08-14 관리자
963 사과를 깍으며 - 권말선  권말선 4180 08-14 관리자
962 어떤 꽃 이야기 - 권말선  권말선 4349 08-14 관리자
961 방황 - 권말선  권말선 3932 08-14 관리자
960 비 내리는 밤 - 권말선  권말선 3944 08-14 관리자
959 몸살 - 권말선  권말선 4021 08-14 관리자
958 환영 - 권말선  권말선 4021 08-14 관리자
957 손톱 - 권말선  권말선 4254 08-14 관리자
956 얼마나 좋을까 - 권말선  권말선 3756 08-14 관리자
955 모래밭 추억 - 권말선  권말선 3958 08-14 관리자
954 하루 - 권말선  권말선 4012 08-14 관리자
953 일년동안 - 권말선  권말선 4330 08-14 관리자
952 그녀가 지나가는 시골풍경 - 권말선  권말선 3854 08-14 관리자
951 도깨비 - 권말선  권말선 3876 08-14 관리자
950 예감 - 권말선  권말선 3634 08-14 관리자
949 한잔의 술 - 권말선  권말선 4563 08-14 관리자
948 풀벌레 울음처럼 - 권말선  권말선 3859 08-14 관리자
947 며칠째 내리는 비 - 권말선  권말선 4043 08-14 관리자
946 커피와 당신 - 권말선  권말선 3890 08-14 관리자
945 보리밭 소년 - 권말선  권말선 3777 08-14 관리자
944 사모 - 권말선  권말선 3658 08-14 관리자
943 여자 - 권말선  권말선 3607 08-14 관리자
942 딸을 생각하며 - 권말선  권말선 3909 08-14 관리자
941 송지 1 - 권말선  권말선 3941 08-14 관리자
940 당신의 무언가가 될 수 있다면 - 권말선  권말선 3857 08-14 관리자
939 눈을 기다리며 - 권말선  권말선 3840 08-14 관리자
938 달 - 권말선  권말선 3947 08-14 관리자
937 그리움 2 - 권말선  권말선 4286 08-14 관리자
936 꿈에 - 권말선  권말선 3827 08-14 관리자
935 해바라기 - 권말선  권말선 3657 08-14 관리자
934 가을 - 권말선  권말선 3851 08-14 관리자
933 상왕십리 - 권말선  권말선 4000 08-14 관리자
932 외사랑 - 권말선  권말선 3936 08-14 관리자
   3601  3602  3603  3604  3605  3606  3607  3608  3609  3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