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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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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쓴이 : 고은영     날짜 : 19-12-10 20:47     조회 : 157    
    · :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3
    · 저자(시인) : 고은영
    · 시집명 : .
    · 출판연도(발표연도) : 미발표
    · 출판사명 : .
도심의 겨울 단애 (斷崖)(부제) (눈 내리는 하루) / (宵火)고은영

1 Andantino (안단티노)


밤새 눈이 내렸다
눈을 뜨면 버릇처럼 창가로 다가서는 그녀 앞에
아침은 온 세상 환하게 흰 눈으로 소복이 쌓여 있었다
거친 세상에 공중을 부유하던 겨울 황사가 며칠 전 심했고
안개도 온통 도시를 재색으로 물들이더니 도심은 흐느적거렸다
밤새 내리는 눈에 묻혀 모든 혼돈과 끈적이는 더러움이 씻기고
그녀의 눈앞에 끝없이 펼쳐진 설경
흰 눈이 많이 내리면 그 해는 풍년이 든다고
어렸을 적 어른들의 하던 얘기가 기억이 났다

공중을 가로 질러 눈 내리는 주택가 담장을
까치가 날고 있었다
외로운 날갯짓, 까치는 원을 그리며 날더니
어느 주택의 옥상 안테나를 타고 앉았다
지극히 평화로운 아침 무엇으로도
그녀의 이 작은 행복을 깨지는 못할 것이다


2 Legato (레가토) 


" 아줌마 사실대로 말씀하시면 됩니다"

몇 년 전 그 무더운 여름
특별한 이유도 없이 소환 돼간 경찰서에서
하루종일 조서를 받던 기억, 그 끈적이던 시간 들
받아드릴 수 없는 억울함에 입술이 타고
눈물을 쏟아내던 백치 같은 그녀에게
경찰은 오히려 그녀를 동정해 주었고 그녀를 위로 해 주었다
그날 마시던 커피는 뜨겁고 쓴맛만 그녀에게 남겨 주었을 뿐이다 

얼마 뒤 동부지검으로부터 무죄 판결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리던 그녀의 지성에 피던 작은 행복
그녀는 수치스럽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다만, 가슴이 아플 뿐이었다
왜 사람들은 더러 무고한 사람마저 법의 테두리로 몰고
사회의 제도에 의해 심판받기를 원하는지......

법도 법 위에 군림하지 않으며
진실 또한 거짓이 될 수도 없는 일이다
진실은 진실 그 자체로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무고하게 고발당해도 타의에 의한 자신의 행적을
낱낱이 일기처럼 기억해 내야 하는 것도 인생이다
세상은 그런것이다
그녀는 누구를 해한 적도 없고 누구를 밀고하고
고발할 만큼 그렇게 야멸차게 세상을 살아 오지 않은 자신이
결코, 부끄러운 삶이 아님을 깨달았던
그때 비로소 신께 감사할 수 있었다


3 Lento (렌토)


"내 새끼를 본 적 있지요?"

이웃집 옥상 안테나에 앉았던 까치가
난데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 무슨 얘기야? 네 새끼를 보다니?"

"며칠 전에 어느 광장에서 당신은 잃어버린
내 새끼를 본 적이 있어요
험상궂은 청년들이 하는 얘기를 난 그 때
잎이 진 플라타너스 가지에 앉아서 다 들었는걸요"

까치는 슬픈 얼굴로 그녀에게
더 이상 자신의 슬픔에 말을 잇지 못했다

" 비파 꽃이 피던 섬 얘기를 묻지 않던가요?"

".... 아~ 기억하지 ....
비파 꽃이 피는 숲으로 보내 달라고...."

그 섬에 비파 꽃이 활짝 피면
고요한 환희와 설렘 속에 여름이 무르익을 즈음
달디 단 비파 열매를 먹을 수 있는 환영과
태고의 웅장한 파도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일에 대하여
더 이상 그녀는 까치에게 말하지 않았다
그 섬의 이름과 그 섬의 아름다움을 알고는 있었지만
그곳으로 가는 길을 알지 못하므로 ....

구차한 그녀의 형편을 까치에게 그녀는
미주알고주알 말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4  Adagietto (아다지에토)


그 섬에서 그녀는 그녀의 사랑을 만났고
그녀의 무수한 사랑들을 떠나보냈다
생각하면 어떻게 그녀가 이곳의 도심까지
흘러들어 온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사랑은 그녀에게 한번으로 족한
그녀의 신앙인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과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변하고 바뀌는 여러 가지 유형의 얼굴과
여러 가지 영혼을 소유하고 있었다

밤새 그녀는 아가페의 손을 잡고
달콤한 수면 속을 유영 했다
가슴을 열고 바라본 하루치 행복에서
그녀는 그토록 보고픈
사랑의 얼굴들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녀는 비파 꽃이 피는 그 아름다운 섬을
다시는 불 수 없을지도 모른다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너무 깊은 것이라서
잃어버린 길을 찾지 못할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그러나 그녀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그 섬의 길을 찾아 긴 여행을 떠날 것이다


5 morendo (모렌도)


눈은 오후 들면서 함박눈으로 변했다
그녀는 내리는 눈을 맞으며
그와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향하여 걸었다

"에이... 좀 더 나온 후에 후진해야지...!
그렇지 좀더....  좀더 앞으로 뺀 후에..."

간간이 흩날리는 눈을 맞고 어떤 사내 가
BMW 차에 대고 손으로 액션을 취하며
뭐라고 지껄이고 있다

을씨년스런 거리 대로변은 자동차의 질주로
눈이 엉키고 녹아서 지저분해져 있다
갓 길에 소복이 쌓인 눈은 누가 억지로
밟지 않은 이상 순수를 고수할 것이다
초등학교 앞에서 꼬마 두 놈이
눈사람을 만들려고 눈덩이를 열심히 굴리고 있다
아, 산다는 건 저렇게 무심한 행동에도
따듯한 감동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구석진 자리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 점심 먹었니?"

" 응 먹었어..."


6 ritardando(rit.) (리타르단도)


그녀는 그를 보면 그 넓은 가슴에
얼굴을 대보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했었다
그의 가슴에 흐르는 강물 소리는
어떤 소리인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그의 가슴에 얼굴을 대고
그녀는 펑펑 운 적이 있었다
살아감의 난해한 상처에 대해
그리고 흩어져 산화한 사랑에 대해 정말로 울고 팠던 날
그녀는 그의 가슴을 빌려서 꽤 긴 시간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짤막한 대화가 오가고 그녀는 그를 바라봤다
그의 건장한 어깨가 오늘따라 지쳐 보인다
어쩔 수 없는 운명과 현실을 부인할 수 없는 시간 속에
그는 자신의 자리와 자신의 일에 대해
자랑하지도 않았고 불평하지도 않았지만
그가 힘들어 한다는 걸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따뜻하고 애틋한 위로 한마디 해 주고 싶어도
그녀는 인색할 정도로 말을 아끼고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커피를 시키지 않고 레몬차를 시켰다

그녀를 바라보며 담배를 피워 문 그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200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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