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19 / (宵火)고은영

우리가 서로에게 용해되어
서로의 가슴에 녹아내린다고
그게 무슨 흉이 되겠는가

진즉슨 서로에게 녹아 흘러야 했고
서로에게 녹아 문드러져야 했음에도
그러나 그게 무슨 흉이 되겠는가

은밀한 보고 품에
껍데기는 춤추는 법을 잃어 버렸는데
구겨진 가슴에 사랑 하나 덧붙인다고
그게 무슨 흉이 되겠는가

생명 줄이 끊기는 순간까지
구천을 맴돌 때까지
고이 가슴에 보듬고 갈 수 있어도
그마저 행복 한 일이거늘

2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