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나는 집
김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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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2 21:30
저자 : 김은식
시집명 : 달빛 동행
출판(발표)연도 : 2019(2018)
출판사 : 도서출판 문장21
귀신 나는 집
김은식
겨울 장독대
된장 단지는 늙지도 않네
부뚜막에 고추장 단지
지렁단지도, 덩달아 묵은 나이는
엄니 시집오실 적부터 이자리에 놓인
겁나는 귀신
하얀 거적을 덮어 쓰고
땅 밑에서 벌건 목구멍만 내고
세상 맛깔 나는 양념 다 잡아 묵은
입술이 바알간
김치단지 귀신
겨울 산속 오두막집에는
눈 위에 발자국도 내지 않고
삼동을 나는 귀신이 산다
남새들 다 얼어 죽고
곳간에 쌀 뒤주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도
얼어 죽지 않는 귀신
귀신들이 바글바글한
깡촌 오두막
엄니 마지막으로 기거하시다
빈집만 두고 서울 형님네로 가신 후
삼 년 반을 드나들며
양념을 퍼다 먹고 있다
못난 자식 걸음걸이 살금살금
빈집 걸음이 그렇게 달달했나
엄니께 죄송한 마음
발뒤꿈치를 들고 왔다가는 고향 집
장맛은 오래될수록 맛깔나니
혀만 쭉 빼 물은 귀신이 왔다가는 날
장독대 눈 위에
발자국은 온데간데없고
장만 줄어든다는 소리 소문
저 집에는 귀신이 난다는 소리 소문
산골 마을에 메아리칠까 마음 아프다
김은식
겨울 장독대
된장 단지는 늙지도 않네
부뚜막에 고추장 단지
지렁단지도, 덩달아 묵은 나이는
엄니 시집오실 적부터 이자리에 놓인
겁나는 귀신
하얀 거적을 덮어 쓰고
땅 밑에서 벌건 목구멍만 내고
세상 맛깔 나는 양념 다 잡아 묵은
입술이 바알간
김치단지 귀신
겨울 산속 오두막집에는
눈 위에 발자국도 내지 않고
삼동을 나는 귀신이 산다
남새들 다 얼어 죽고
곳간에 쌀 뒤주에 먼지가 뽀얗게 앉아도
얼어 죽지 않는 귀신
귀신들이 바글바글한
깡촌 오두막
엄니 마지막으로 기거하시다
빈집만 두고 서울 형님네로 가신 후
삼 년 반을 드나들며
양념을 퍼다 먹고 있다
못난 자식 걸음걸이 살금살금
빈집 걸음이 그렇게 달달했나
엄니께 죄송한 마음
발뒤꿈치를 들고 왔다가는 고향 집
장맛은 오래될수록 맛깔나니
혀만 쭉 빼 물은 귀신이 왔다가는 날
장독대 눈 위에
발자국은 온데간데없고
장만 줄어든다는 소리 소문
저 집에는 귀신이 난다는 소리 소문
산골 마을에 메아리칠까 마음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