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힌 낡은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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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힌 낡은 차

성백군 0 365
저자 : 성백군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18년     출판사 :
긁힌 낡은 차 / 성백군


주차장에 세워둔 차가
긁혔다
앞 오른쪽 모서리에 부딪힌 자국이 있고
페인트칠이 벗겨졌다

혹시나 했지만 역시 나다
어떤 메모지도 남겨 놓지 않았다
비록, 십 년을 넘게 탄 차지만
내 생에 마지막 차일지도 모르는데……,

이래저래
한평생 살다 보니 내 몸에도 상처가 많다
땜질하고, 갈아 끼우고, 기름칠한 것들
세월 앞에 다 아물고, 지금은
바람 불고 비 오는 날에도 끄떡없는데
사람들은 나를 늙었다고 한다

좀 낡으면 어떤가
다 살면서, 살자고 생긴 일인데
지난밤 주차장에 세워 두었다가 긁힌 차,
아침에 시동을 거니 흠 하나 더 가지고도
경쾌한 소리를 지르며 쌩쌩,
잘만 달리는 것을

  941 – 12052018
*시마을 시인의 향기 추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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