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양이 곁을 지나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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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18:3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들고양이 곁을 지나/이향아
들고양이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나 보다
좀처럼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을, 거래라니 엄청나지
인간의 어마어마한 열등감, 좀처럼 말을 틀 수 없는 소견머리, 그 낌새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저녁 먹고 천변을 걸을 때 여섯 번째 다리 살구나무 근처쯤에서 새끼들을 거느린 그들의 산책은 유유하다
나비야, 나비야, 어쩌구저쩌구 말을 거는 사람도 있지만
다 쓸데없는 짓, 속을 꿰뚫어 보며 갸르릉거리는 그들의 소리는 도도하다
나를 제일 야코죽게 하는 것은
우리 집을 나간 개들도 들개가 되었을까
들개들이 쑥덕거리는 말을 들고양이가 들었을까
그들은 우선 내 시선이,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무시하는 건 당연하지, 인간이면 다냐고 쳐다보지도 않는 건 당연하지
하기야 쳐다보아도 별 수 없다 나는 그들과 도저히 눈을 맞출 자신이 없으니까
생명이란 애초에 화려한 모험,
우리는 사람과 짐승이 아닌, 살아있는 자와 살아 있는 자
창피를 무릅쓰고 고백하지만 날카롭게 퍼지는 그 눈의 광채를, 요망한 울음소리를
도저히 그 짐승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
들고양이들은 내가 어떤 인간인지 알고 있나 보다
좀처럼 거래가 되지 않을 것을, 거래라니 엄청나지
인간의 어마어마한 열등감, 좀처럼 말을 틀 수 없는 소견머리, 그 낌새를 알고 있을 것이다
저녁 먹고 천변을 걸을 때 여섯 번째 다리 살구나무 근처쯤에서 새끼들을 거느린 그들의 산책은 유유하다
나비야, 나비야, 어쩌구저쩌구 말을 거는 사람도 있지만
다 쓸데없는 짓, 속을 꿰뚫어 보며 갸르릉거리는 그들의 소리는 도도하다
나를 제일 야코죽게 하는 것은
우리 집을 나간 개들도 들개가 되었을까
들개들이 쑥덕거리는 말을 들고양이가 들었을까
그들은 우선 내 시선이, 두려움으로 떨고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는 것 같다
나를 무시하는 건 당연하지, 인간이면 다냐고 쳐다보지도 않는 건 당연하지
하기야 쳐다보아도 별 수 없다 나는 그들과 도저히 눈을 맞출 자신이 없으니까
생명이란 애초에 화려한 모험,
우리는 사람과 짐승이 아닌, 살아있는 자와 살아 있는 자
창피를 무릅쓰고 고백하지만 날카롭게 퍼지는 그 눈의 광채를, 요망한 울음소리를
도저히 그 짐승을 나는 감당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