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찻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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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찻집에서

이향아 0 328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바닷가 찻집에서/이향아


바다가 끝난 곳에 깃발이 꽂혀 있고
거기서부터는 소금밭 수십 리
바람이 불 때마다 찻집의 유리창은
간국이 마르는 소리로 사각사각 흔들린다 

희부연 하늘 수천 마리 저 새떼 좀 봐
치올랐다가 내려앉았다가 일순에 돌아서는
비밀구령의 분열식 좀 봐
저들은 필경 귀가 밝아서
지금 내가 침을 삼키는지
물을 마시는지도 알 것이다

점자를 찍듯 기억의 자판에
나는 오늘 새로 배운 낱말을 찍고
글자가 찍힐 때마다 새처럼 지저귄다
말갛게 우러난 캐모마일 찻잔에   
숨죽인 울음처럼 가라앉은 노을

날아간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나 이렇게 무료해도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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