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찻집에서
이향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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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6 18:34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바닷가 찻집에서/이향아
바다가 끝난 곳에 깃발이 꽂혀 있고
거기서부터는 소금밭 수십 리
바람이 불 때마다 찻집의 유리창은
간국이 마르는 소리로 사각사각 흔들린다
희부연 하늘 수천 마리 저 새떼 좀 봐
치올랐다가 내려앉았다가 일순에 돌아서는
비밀구령의 분열식 좀 봐
저들은 필경 귀가 밝아서
지금 내가 침을 삼키는지
물을 마시는지도 알 것이다
점자를 찍듯 기억의 자판에
나는 오늘 새로 배운 낱말을 찍고
글자가 찍힐 때마다 새처럼 지저귄다
말갛게 우러난 캐모마일 찻잔에
숨죽인 울음처럼 가라앉은 노을
날아간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나 이렇게 무료해도 되는가
바다가 끝난 곳에 깃발이 꽂혀 있고
거기서부터는 소금밭 수십 리
바람이 불 때마다 찻집의 유리창은
간국이 마르는 소리로 사각사각 흔들린다
희부연 하늘 수천 마리 저 새떼 좀 봐
치올랐다가 내려앉았다가 일순에 돌아서는
비밀구령의 분열식 좀 봐
저들은 필경 귀가 밝아서
지금 내가 침을 삼키는지
물을 마시는지도 알 것이다
점자를 찍듯 기억의 자판에
나는 오늘 새로 배운 낱말을 찍고
글자가 찍힐 때마다 새처럼 지저귄다
말갛게 우러난 캐모마일 찻잔에
숨죽인 울음처럼 가라앉은 노을
날아간 새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텐데
나 이렇게 무료해도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