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영혼의 초상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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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8 21:4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어느 영혼의 초상 / (宵火)고은영
그는 내심 자신이 불행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소에 대하여.....
그러나 그는 항상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음영 진 그의 웃음은 사람들에게 느끼하고 비굴하게 비쳤다
보통 사람들의 말투나 억양을 따지지 않더라도
똑똑지 못한 발음과 그의 어눌한 말투는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박자가 늦었다
살벌한 겨울의 벌판으로부터 불안한 바람이
온 마을을 휩쓸며 인적없는 길에 돌아와
어둠 속에서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며 번뜩이고 있었다
정신은 스물다섯의 건장한 몸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꽁꽁 언 백야 그는 혼미하게 길바닥으로 꺼져가고 있었다
몇 개의 환영들이 구름처럼 떠돌다 사라져 갔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그의 지성적인 어머니가
웃으며 가느다란 손짓으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이제 어느 종점을 향해
마지막 버스를 타고 스모그 같은 안개 속
휘 적이는 겨울의 언덕을 지나고
저 너머 어딘가로 젖어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욕망 따위에 이끌려 산 기억은 없었다
20080221
그는 내심 자신이 불행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비웃음과 조소에 대하여.....
그러나 그는 항상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음영 진 그의 웃음은 사람들에게 느끼하고 비굴하게 비쳤다
보통 사람들의 말투나 억양을 따지지 않더라도
똑똑지 못한 발음과 그의 어눌한 말투는
다른 사람들보다 늘 한 박자가 늦었다
살벌한 겨울의 벌판으로부터 불안한 바람이
온 마을을 휩쓸며 인적없는 길에 돌아와
어둠 속에서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며 번뜩이고 있었다
정신은 스물다섯의 건장한 몸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꽁꽁 언 백야 그는 혼미하게 길바닥으로 꺼져가고 있었다
몇 개의 환영들이 구름처럼 떠돌다 사라져 갔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그의 지성적인 어머니가
웃으며 가느다란 손짓으로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에게 주어진 운명은 이제 어느 종점을 향해
마지막 버스를 타고 스모그 같은 안개 속
휘 적이는 겨울의 언덕을 지나고
저 너머 어딘가로 젖어들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그는 단 한 번도 욕망 따위에 이끌려 산 기억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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