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가는 기차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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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18 21:5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겨울로 가는 기차 / (宵火)고은영
당신, 내가 몸져누우면 내게 올 수 있나요
내 침상을 지켜줄 수 있나요
이미 굳어가는 메마른 심장에
당신의 눈물 한 방울이면 베고니아 꽃잎처럼
싱싱하게 화색이 돌 수 있어도
당신은 내 침상을 알지 못해요
우리 여름의 그 지경에 무성했던 수풀
내게 남은 마지막 청춘이 속병을 앓고
아무리 진창으로 썩어간다 해도
당신은 내게 올 수 없어요
그곳에 가면 고요와 평화가 깃든 쉼 위에
따뜻한 등불이 깜박거리고
어둔 창가로 흰 눈 쌓이는 길
그리운 사람들이 순하디 순한 눈빛 위에
작은 가슴 비비며 아늑하게 함께 늙어갈 수 있나요
우리가 우리 운명의 수레에 눌려 버거워도
서로 바라보는 가난한 미소 안에
여울진 행복이 잔잔히 흐르고 있나요
겨울로 가는 기차는
희멀건 강둑에 긴 여운의 바퀴 자국을 남기고
가늘고 미약한 한숨으로 레일 위를 끊임없이 달리며
자꾸만 이유 없는 미로 속 긴 슬픔을 묻고 있어요
생의 지경에 못견디게 그리운 종착지가 어디쯤이냐고
20071219
당신, 내가 몸져누우면 내게 올 수 있나요
내 침상을 지켜줄 수 있나요
이미 굳어가는 메마른 심장에
당신의 눈물 한 방울이면 베고니아 꽃잎처럼
싱싱하게 화색이 돌 수 있어도
당신은 내 침상을 알지 못해요
우리 여름의 그 지경에 무성했던 수풀
내게 남은 마지막 청춘이 속병을 앓고
아무리 진창으로 썩어간다 해도
당신은 내게 올 수 없어요
그곳에 가면 고요와 평화가 깃든 쉼 위에
따뜻한 등불이 깜박거리고
어둔 창가로 흰 눈 쌓이는 길
그리운 사람들이 순하디 순한 눈빛 위에
작은 가슴 비비며 아늑하게 함께 늙어갈 수 있나요
우리가 우리 운명의 수레에 눌려 버거워도
서로 바라보는 가난한 미소 안에
여울진 행복이 잔잔히 흐르고 있나요
겨울로 가는 기차는
희멀건 강둑에 긴 여운의 바퀴 자국을 남기고
가늘고 미약한 한숨으로 레일 위를 끊임없이 달리며
자꾸만 이유 없는 미로 속 긴 슬픔을 묻고 있어요
생의 지경에 못견디게 그리운 종착지가 어디쯤이냐고
20071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