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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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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기 0 282
저자 : 김동기     시집명 : 미출간
출판(발표)연도 : 2019년     출판사 : 미선정
영정사진



전화가 왔다
불길한 생각에
조금 망설이다가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우리가 만나면
얼마나 더 만나겠냐
죽기 전에 유언이라도 터놓고
함부로 웃어보자

하여, 만난 곳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농담을 쏟아놓아도 될 성싶은
내 나이만큼 꾸지지한 곰탕집
식당이다
 
꽃 같던
동지들아
많이 시들었구나
혹시나 니들 얼굴을 잊을까 봐서
숨 가쁘게 뛰어서 왔거늘

청송 같던 친구들아
많이 야위었구나
혹여나 니들 이름조차 잊을까 봐서
꽃다운 청춘 되뇌며 성급히 왔거늘

동지들아 욕봤다
친구들아 수고했다
새마을호가 지나간 자리에
지금은 고속전철이 달리고 있지만
왕년에 우리가 밟아온 길 아니더냐

어서 먹자 마시자
근사할 리가 없지마는
우릴 대로 우려낸 삶의 곰국
떠 마시고 나서
더 늦기 전에 영정사진이라도
한방 찍자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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