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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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홍수희 0 338
저자 : 홍수희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     출판사 : ...........
☘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홍수희


  때는 12월, 꼬막 같은 두 손 호호 시리고 뒷산에는 흰 눈 가득 쌓여 있었죠. 여덟 살 꼬꼬마 동방박사 한 사람 쌍둥이 친구 집에 놀러 갔었죠. 쌍둥이 행님이 살짝 한편으로 불러내었죠. “낼이 무슨 날인지 아나?” “모르는데...” “낼이 크리스마스데이!” “크리스마스가 뭔데?” “예수님이 태어나신 날이데이.” “예수님이 눈데?” “하느님이데이.” “하느님이 누꼬?” “하느님이 하느님이다.” “하느님이 어데 사노?” “저 하늘에 산다.”

  아무리 올려다봐도 하늘에 대롱대롱 매달린 집 보이지 않았죠. 꼬꼬마가 쌍둥이 행님에게 물었죠. “하느님이 되게 높나?” “높다.” “우리 마을에 이장 있다 아이가, 이장보다 높나.“ “어, 높다.” “그문 우리 국민학교 교장 쌤보다 높나.” “어, 높다.” “그문 우리나라에 있는, 있다 아이가, 그 대통령보다 높나.“ “어, 높다.” 너무너무 신기해 꼬꼬마 가슴 콩닥콩닥 뛰기 시작하였죠. “내일 교회 갈 건데 니도 같이 가자.” “우아, 신난다.” “근데 그냥 가모 안 되고 쌀이나 보리나 콩이나 뭐나 쪼매 들고 가야 된다.“

  그 말에 꼬꼬마 기가 죽고 말았죠. 가난한 쌀독을 생각하니 그만 꼬꼬마 울고 싶었죠. “아무것도 들고 갈 게 없다.” 그건 쌍둥이네도 마찬가지, 쌍둥이 행님이 꾀를 내었죠. “옆집 밭에 묻어 논 겨울무 훔쳐 가자.” 다음날 중대하고 지대한 임무를 위해 새벽 일찍 일어난 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감히 옆집 밭에 묻어 논 팔뚝만 한 겨울무 두 개 훔쳤죠.

  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흙 묻은 겨울무 가슴에 꼬옥 품고 머나먼 여정을 시작하였죠. 처음으로 나서는 제일 먼 길, 반나절을 걸어야 하는 여정이었죠. 걷다걷다 보니 우리 동방박사 세 사람 배가 고팠죠. 이에 쌍둥이 행님이 또 기막힌 꾀를 내었죠. “한 개는 우리가 먹고, 한 개만 갖고 가자.”한 입씩 한 입씩 베어 물었죠. 꿀맛이었죠. 그만 나머지 한 개도 먹고 말았죠. 빈손을 걱정하다 도도히 흐르는 시냇물을 보게 되었죠. 물속을 휘 노는 색색깔 물고기들이 환상이었죠.

  역시 쌍둥이 행님이 꾀를 내었죠.“우리 저걸 잡아서 갖고 가자.” 추운 겨울 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그만 옷이 흠뻑 젖고 말았죠. 큰 바위 양지바른 곳에 앉아 벗어놓은 바지를 말리다 보니 이미 해는 중천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죠. 빈손으로 도착한 교회, 교회 마당에는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고 녹슨 종탑은 왜 그리 높아 보이던지요.

  한참을 멍하니 서서 울먹거리고 있던 동방박사 세 사람에게 어디서 발현했는지 예쁜 교회 누나가 다가왔죠. “너희들 이거 묵으래이.” 꼬마 동방박사 세 사람 눈처럼 하얀 백설기 한 쪽씩 들고 신나게 다시 집으로 향했죠. 왠지 마음은 뿌듯해지고 가슴은 벅차올랐죠. 꼬꼬마가 말했죠. “행님아, 절할 때 하느님 봤나.” “어, 봤다.” “난 안 보이든데...” 꼬꼬마는 그래도 행복했죠. 설탕처럼 입안에 사르르 녹을 것 같은 백설기 한 조각 있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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