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애환, 변화와 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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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의 애환, 변화와 퇴화

고은영 0 40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그리움의 애환, 변화와 퇴화 / (宵火)고은영

(전선 (電線) - 그조차 아련한 그리움이다)


시간을 더듬는 초라한 여정조차
어머니 비린 젖 내음 가득 밴
시대의 유년과 세월의 순박한 어눌함에
꺽꺽대던 그 머언 송전탑이 세워지던 시절부터
나는 거리를 지켜야 했고 북풍의 매서운 눈보라
진저리치던 홀로 가슴에 외줄기 현에서 울던 겨울에도
내 분량의 침묵을 날마다 견뎌야 했다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보아야 하는
언제나 대가 없는 자리를 고집하고
관조하며 거리를 지키거나 시간의 경계에서 부식해 가는
조금도 매력 없는 얼굴로 나는 세상을 출렁거렸다

장 때 같은 전봇대에 외줄로 걸려 있는 퇴화된 몸통
호롱불에 의지하던 삶을 벗고
나의 줄기로 빛을 일으켜 밤을 밝히던 사람들
무심한 사람들의 환희나 무의식에 깊숙이 숨기운 나는
사소하게 침전된 그리움 볼품없는 시대의 흉물

그러나 가난하다 하여 나는 세상을 버렸던 적은 없었다
온 동리 안개를 보았고 파도의 헤진 아픔을 들었고
절망의 찬연한 부름 앞에 절규하는 주검도 가끔은 보았다
도심을 지탱하고 매해 마다 신전 같은
욕망의 빌딩들이 바벨처럼 곳곳에 들어서고
그것은 침전된 색감의 모자이크로 처리된 필터에서
추상으로 걸러진 황홀경처럼
나를 이제 시대의 경계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빠른 속도의 위성으로 쏘아 올리는
무선 (無線)이라는 전파에 의해

200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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