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비여, 음산한 도시여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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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5 18:4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겨울 비여, 음산한 도시여 / (宵火)고은영
갈짓자로 먹구름을 몰고 와 거리를 배회하다
주검 같은 불랙톤으로 비가 되어 내리는
겨울 비여 음산한 도시여
질척이는 빌딩들의 회색 그림자를 지워라
아, 부재인 사랑도 남김없는 그리움도
애증으로 울고 있는 것들의 회한 속에
저 짜릿한 우울로 젖어들어라
얼마나 허무한 언어를 뇌까리는 저녁이냐
우울은 깊을수록 더욱 좋고
나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에 눌리다가 더욱 침울해지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 지니
고립된 섬으로 남아 비루한 잠이 들 지니
단지 너와 내가 나누는 이 은밀한 대화만으로도
우린 서로에게 얼마나 끈적이는 형체로 젖어들고 있느냐
가난한 사람들의 심장에 을씨년스러운
그리움에 모반을 꿈꾸는 너여
균열로 균열로 마냥 내리다가 어느 선술집
간이 의자에 구부린 등으로 졸고 있는 취객이나
삶이 버거워 생살을 찢는 어느 작부의 등짝에도 서럽게 내려라
뭉긋하게 다가오는 수천의 아린 기억의 상처을 들추고
사선으로 흔들리는 빗줄기 따라
무형의 짙은 그리움에 그림자를 지워라
세속에 묻은 것들의 오만한 얼굴을
병들어 지친 정신적 지체에
모든 불구인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여라
20071123
갈짓자로 먹구름을 몰고 와 거리를 배회하다
주검 같은 불랙톤으로 비가 되어 내리는
겨울 비여 음산한 도시여
질척이는 빌딩들의 회색 그림자를 지워라
아, 부재인 사랑도 남김없는 그리움도
애증으로 울고 있는 것들의 회한 속에
저 짜릿한 우울로 젖어들어라
얼마나 허무한 언어를 뇌까리는 저녁이냐
우울은 깊을수록 더욱 좋고
나는 고독이나 외로움의 거추장스러운
껍데기에 눌리다가 더욱 침울해지고
달콤한 잠에 빠져들 지니
고립된 섬으로 남아 비루한 잠이 들 지니
단지 너와 내가 나누는 이 은밀한 대화만으로도
우린 서로에게 얼마나 끈적이는 형체로 젖어들고 있느냐
가난한 사람들의 심장에 을씨년스러운
그리움에 모반을 꿈꾸는 너여
균열로 균열로 마냥 내리다가 어느 선술집
간이 의자에 구부린 등으로 졸고 있는 취객이나
삶이 버거워 생살을 찢는 어느 작부의 등짝에도 서럽게 내려라
뭉긋하게 다가오는 수천의 아린 기억의 상처을 들추고
사선으로 흔들리는 빗줄기 따라
무형의 짙은 그리움에 그림자를 지워라
세속에 묻은 것들의 오만한 얼굴을
병들어 지친 정신적 지체에
모든 불구인 사람들의 넋을 위로하여라
2007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