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난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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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멍 난 주머니

옥매산 0 363
저자 : 박종영     시집명 : 미발표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구멍 난 주머니

-박종영

구멍 난 주머니에 손을 넣자 
오늘은 잡히는 것이 있다
그건 해묵은 계절의 습관이다

방황하던 일 년의 기억들이 채워지면서 나를 멈춘다
아직은 쓸만한 슬픔을 간직했다고 해도
주머니에서 오래 머물다 보면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 빠져나가는 서러움이다

한 해가 가면 실패의 경험으로 가득한
빈 주머니의 기억은 사라지는 것인가

구멍 난 주머니가 다행인 것은
불행과 미움, 가난이 모두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허전한 귀갓길에 빈 주머니를 뒤지는 버릇은
흘러간 시간의 끝을 잡아내려는 것,

그 아득한 길을 걸어 왔어도
오늘도 여전히 주머니 사정은 어려운 것인가

다만, 주머니 구멍으로 추락한 동전 몇 개의 행방이 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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