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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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에 올라

관리자 0 8676
저자 : 나해철     시집명 : 무등에 올라
출판(발표)연도 : 1984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무등에 올라

나해철


무등에 올라
그리운 분지 광주가 눈시울에 가득할 때
행복했던 어느 봄 남쪽바다 제주에서 보았던
분화구 산굼부리를 생각했다.
생명 있는 것과 없는 것 땅과 하늘을 태우던 용암과 뜨거운 불 토하기를 잊은 채
깊고 깊은 가슴의 끝까지
푸르른 숲과 바람과 안개를 가두고 키우던
적막의 웅덩이.
그 때 나는 여행중이었고
햇빛과 나의 신부가 따뜻했으므로
둥글게 가라앉은 억 년의 고요가
차라리 평화로와 좋앗다.
절망과 희망으로 혼을 놓고 다시 깨어나는
그 후의 몇 봄이 지나면서
단단하여 결코 죽지 않는
세상에 흔한 한 풀씨가 되어
어느 날 무등에 올랐을 대
외롭고 귀한 것을 위하여 눈물겹게 아프게
사는 사람들의 마을이
침묵 속에 아름다웠으므로 오래 생각했다.
무엇이든 없애고 새로이 일으킬 수 있는
용솟음의 불덩이를 갈무리한 채로도
다만 소리없이 숲과 바람, 벌레를 키우며
참고 견디며 끝끝내 기다리던 분화구
그리고 우리들 무등.
깊은 소용돌이 희망의 화염을 다둑이는
넉넉한 사랑과
끝까지 기다림에 드는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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