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짙은 황혼에는
고은영
0
381
2020.01.05 12:16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노을 짙은 황혼에는 / (宵火)고은영)
나에겐 어떠한 스펙도 없다
그대여 못 견딘다 하지 마라
그대 인생이 막장이라 언제나 막막했다면
내 인생은 파장 난 장바닥에 버려졌다가
바람에 휩쓸리는 종잇장이다
허름한 거리에 구르다
쌩쌩 공중을 날다
저 먼 강 하구에 다다르면
불타는 노을이 있으리니
불편한 조우를 잊은 영혼으로 멀거니 앉아
나 또한 고요한 황혼이 되리니
아느냐
눈물 밴 밥을 먹고
막막한 경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텅 빈 허공에 적막이 충만하나니
매콤한 슬픔도 흔적이 희미해진 지면에
습한 안개 젖어 들고 다시 나는
강변에 쥐꼬리망초로 피었다가
강물에 실려 저 바다까지 이르면
푸른 파도가 되고 바닷가 언덕 위
한 그루 해송이 되고
비로소 살가운 여름 한 철
싱그러운 바람으로 남을지 누가 아느냐
20100602
나에겐 어떠한 스펙도 없다
그대여 못 견딘다 하지 마라
그대 인생이 막장이라 언제나 막막했다면
내 인생은 파장 난 장바닥에 버려졌다가
바람에 휩쓸리는 종잇장이다
허름한 거리에 구르다
쌩쌩 공중을 날다
저 먼 강 하구에 다다르면
불타는 노을이 있으리니
불편한 조우를 잊은 영혼으로 멀거니 앉아
나 또한 고요한 황혼이 되리니
아느냐
눈물 밴 밥을 먹고
막막한 경계를 넘어서야 비로소
텅 빈 허공에 적막이 충만하나니
매콤한 슬픔도 흔적이 희미해진 지면에
습한 안개 젖어 들고 다시 나는
강변에 쥐꼬리망초로 피었다가
강물에 실려 저 바다까지 이르면
푸른 파도가 되고 바닷가 언덕 위
한 그루 해송이 되고
비로소 살가운 여름 한 철
싱그러운 바람으로 남을지 누가 아느냐
2010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