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 살의 첫사랑 그 푸른 별리(別離)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스무 살의 첫사랑 그 푸른 별리(別離)

고은영 0 392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스무 살의 첫사랑 그 푸른 별리(別離) / (宵火)고은영 


그 봄에 벚꽃 색 고운 셔츠에
풀잎 색 스커트를 입고 그 오빠를 만났다
종로였던가
우리는 탁구를 쳤다
그리고 어느 찻집에서 차를 마셨으리라
떨리는 손길로 뜨거운 커피를 마셨으리라
떨림을 주체하지 못해
내내 쩔쩔매다가 그날 그렇게 헤어진 게 다였다
오랫동안 편지로 주고받던 안부들이
지레 겁을 먹고 수줍음으로 제자리걸음만 하다가
원점으로 돌아왔던 그 허망하고 희멀겋던 허무

그 오빠를 의식하는 동안 가슴에 묻었던 한 마디
나는 어떤 말로도 내 사랑을 내비치지 못했다
아무런 말도 못했다
상처로 돌아온 첫 사랑의 치명적인 독소
몰랐다
내게도 가질 수 없는 사랑이 은밀하게 허물어지고
절망이란 어휘가 주는 무게가
그토록 초라하고 무력한 싹을 틔워야 하는지

첫사랑 스물 잔치는 혼자 속을 끓다
덜컥 추운 겨울 기다란 골목에 놓여진
그리움의 발자국들만 점점이 빛나던 자조적 슬픔이
홀로 울다 스러져 버린
이. 름. 없. 음.

빈터만 남은 어눌한 미완에서
서로에게 아무런 언약도 약속도 할 수 없던
무지한 용기나 객기도 없이 연약했던 사랑은
한 잎의 풀잎처럼 가볍고 작아진 모습으로 흔들리다가
팔랑팔랑 떨어져 내렸다

20090321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