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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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슬픔

고은영 0 411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행복한 슬픔 / (宵火) 고은영


세월이 흐른 후에 우리 사랑은
바람의 비망(非望)으로 섰다가
끝내 사라질 통곡
가슴에 꺼진 불씨로 어제도 오늘도 
널 위해 비워 놓은 시간 속에
기다리는 내 눈에서 흐르는 강물
우리 사랑은 빈 넋으로 건너는 몽환이면 좋겠다

가이 없이 흘러가는 세월에 취하여
봄이면 온 들녘을 쏘다니고
여름엔 들꽃을 꿰매 의복을 삼고
살아있어 굽이치는 우리 흔적을
저 강변에 종이배로 띄우면

아름다운 가을엔 낙엽의 마음에 깃들고
겨울의 깊은 심중엔
덧난 상처마다 따듯한 길쌈을 하고
하나의 촛불로 은은히 타오르다가
비겁하지 않은 전설 속에
까마득한 기억에 어둠으로 겉돌던

그 때는 우리 사랑을 꺼내어
슬픈 사랑 얘기를 쓰면 좋겠다
행복했던 슬픔을 쓰면 좋겠다

2008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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