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기다리면서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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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19:3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봄을 기다리면서/ (宵火)고은영
우리가 안았던 시간 들이
한 점 획으로 사라져 간 순간
우리 사랑이 별똥으로 떨어져
풀밭에 가만히 누운 뒤
풀들은 하루종일 수군대는 바람에
부대끼며 울었다
딱정벌레 빨강 날개 위로 가을이 사장되고
더는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깊어진 겨울의 문풍지를 흔들며
여러 뭉치의 상처들이
계절을 수신하며 떠돌다가
바쁜 일정을 빼곡히 쑤셔넣는 시간에도
하향 곡선으로 기울어지는
우리 생존의 그래프는 더 이상 반등하지 않았다
세월은 별 의미 없이 흘러가도
의미 없는 인생은 없나니
한데 엉켜 흐르다 흐르지 못하고
지금은 부유물로 남아 침전하다가
진창으로 곪은 환부를 아우르며
떠나간 새들을 기다려도 새들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잊혀간 이름들을 불러도 세상은 무심한 것
우리 문턱에 기척 없이 봄은 간간이
희미한 미소만 떠올리게 하고
꽁꽁 언 침묵의 긴 강은 아직도
우리 탯줄을 감고 겨울의 양수를 마시며
복사꽃 동네를 그리고 있다
20080127
우리가 안았던 시간 들이
한 점 획으로 사라져 간 순간
우리 사랑이 별똥으로 떨어져
풀밭에 가만히 누운 뒤
풀들은 하루종일 수군대는 바람에
부대끼며 울었다
딱정벌레 빨강 날개 위로 가을이 사장되고
더는 묻고 싶지도 알고 싶지도 않은
깊어진 겨울의 문풍지를 흔들며
여러 뭉치의 상처들이
계절을 수신하며 떠돌다가
바쁜 일정을 빼곡히 쑤셔넣는 시간에도
하향 곡선으로 기울어지는
우리 생존의 그래프는 더 이상 반등하지 않았다
세월은 별 의미 없이 흘러가도
의미 없는 인생은 없나니
한데 엉켜 흐르다 흐르지 못하고
지금은 부유물로 남아 침전하다가
진창으로 곪은 환부를 아우르며
떠나간 새들을 기다려도 새들은 돌아올 줄 모르고
잊혀간 이름들을 불러도 세상은 무심한 것
우리 문턱에 기척 없이 봄은 간간이
희미한 미소만 떠올리게 하고
꽁꽁 언 침묵의 긴 강은 아직도
우리 탯줄을 감고 겨울의 양수를 마시며
복사꽃 동네를 그리고 있다
200801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