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안개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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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07 19:47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가을 안개 / (宵火)고은영
끈적이는 재즈 같은 밤
몇 날 며칠 안개는 왜 도심을 집착하는가
구획을 헐고 표류하는 바다의 쓸쓸한 범선처럼
좌초당한 이 도심의 길은 끊기고
며칠 동안 안개는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안개가 에워싼 도심은 마치
장발잔의 비극처럼
불빛들은 미약하게 깜박거리고
도심의 빌딩들은 몸통이 잘리고 머리가 잘린 채
온 밤을 방황하는 미라처럼 우울하다
살아있는 것들은 휘 적이며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모든 소리는 소멸되었다
고요와 적막한 고요
추락하는 생을 절규하는 가을도
안개 줄기에 넋을 놓는 새벽이면
강줄기마다 빈 들녘마다
묵언의 차가운 서리꽃 피고
계절의 끝자락에 추위가 닥치면서
가을은 여린 허물을 벗어 던지고
겨울의 목전에 참람한 고독 하나
달랑 가지 위에 남겨두리라
20051025
끈적이는 재즈 같은 밤
몇 날 며칠 안개는 왜 도심을 집착하는가
구획을 헐고 표류하는 바다의 쓸쓸한 범선처럼
좌초당한 이 도심의 길은 끊기고
며칠 동안 안개는 도시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안개가 에워싼 도심은 마치
장발잔의 비극처럼
불빛들은 미약하게 깜박거리고
도심의 빌딩들은 몸통이 잘리고 머리가 잘린 채
온 밤을 방황하는 미라처럼 우울하다
살아있는 것들은 휘 적이며
안개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모든 소리는 소멸되었다
고요와 적막한 고요
추락하는 생을 절규하는 가을도
안개 줄기에 넋을 놓는 새벽이면
강줄기마다 빈 들녘마다
묵언의 차가운 서리꽃 피고
계절의 끝자락에 추위가 닥치면서
가을은 여린 허물을 벗어 던지고
겨울의 목전에 참람한 고독 하나
달랑 가지 위에 남겨두리라
20051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