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처럼 가깝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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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처럼 가깝고

관리자 0 8448
저자 : 나해철     시집명 : 무등에 올라
출판(발표)연도 : 1984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눈썹처럼 가깝고

나해철


내 사랑하는 사람이 살았던 철로 가에는
지금은 누가 살고 있을까
건빵처럼 꼬막처럼 기울어진 대문으로
낮게낮게 모여 사는
천변을 돌아
분뇨수거 수레도 몇 대 놓인 학교 뒷담길을
올라
지붕이 야트막한 그 집엔 지금은 어떤 사랑이 이루어지고 있을까
무화과 한 그루와
뚜껑 달린 우물의 마당을 전부 내보이고
우리를 위한 콩깍지의 골방도 갖고 있던 그 집은.
그러나 작고 낮은 만큼
무등산이 눈썹처럼 가깝고
푸르른 하늘은 더 크고
사랑도 아침 꽃송이와 같던 그 집
지금은 어떤 살붙이들이
가난을 아름답게 다독이며 거느리며
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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