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침묵의 언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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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침묵의 언어들

고은영 0 383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쓸쓸한 침묵의 언어들 / (宵火)고은영


햇살에 투영되는 먼지 입자들을 털어내며
오래전에 개켜두었던 저 깊고 깊은 푸른빛 재킷을 껴내 입는다
음습하고 눅눅한 곰팡내와 희석된 나프탈렌 냄새
한 움큼 쓸어담는 추위가 발가락을 기어오르는 지금은
2월 공복에 볏 속까지 취기에 이르는 추위가 냉기를 부채질하고
애틋했던 먼 사랑의 언질은 아직 만질 수 없는 봄의 창처럼 먼데
저 그늘에 앙상한 뼈 마디를 드러낸 채 나무들이 봄을 기다리고 있다
짧은 오후도 한없이 긴 침묵으로 발밑에 우수수 쌓이는 언어들
쓸쓸하다

2010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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