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손짓
고은영
0
374
2020.01.16 19:4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아버지의 손짓 / (宵火)고은영
아무리 전화가 울려도 전화조차 받지 않으시던
만 가지 시름으로 징징거리시는 어머니를 보아도
그저 허허 웃으며 손사래 치시던
밝은 웃음 환하게 꽃피워 살던 아버지 선 고운 입술엔
평생 무심 이 집짓고 살았다
세월에 경직된 검버섯은
아버지 어느 곳도 침범하지 못했다
그저 고요와 평화로운 시간만이 아버지 곁을 맴돌았다
줄창 담배를 피워 물던 아버지 엄지와 검지 손톱엔
니코틴이 봉숭아 물처럼 붉게 물들어
흰 바둑알을 잡은 아버지 손가락은 유난히 길고도 고왔다
밤이면 자리에 누워
직선과 곡선을 그어 내리던 아버지 손가락
일 년 열두 달을 질리지도 않고
빈 허공에 날마다 한자를 써 내리면
외로운 글자들이 직선과 곡선 사이를 맴돌아
밤의 허공을 유영하다 항 번 할 곳 없이
튕겨져 나오던 그것은
아버지 가슴 시린 고독이었다
20090303
아무리 전화가 울려도 전화조차 받지 않으시던
만 가지 시름으로 징징거리시는 어머니를 보아도
그저 허허 웃으며 손사래 치시던
밝은 웃음 환하게 꽃피워 살던 아버지 선 고운 입술엔
평생 무심 이 집짓고 살았다
세월에 경직된 검버섯은
아버지 어느 곳도 침범하지 못했다
그저 고요와 평화로운 시간만이 아버지 곁을 맴돌았다
줄창 담배를 피워 물던 아버지 엄지와 검지 손톱엔
니코틴이 봉숭아 물처럼 붉게 물들어
흰 바둑알을 잡은 아버지 손가락은 유난히 길고도 고왔다
밤이면 자리에 누워
직선과 곡선을 그어 내리던 아버지 손가락
일 년 열두 달을 질리지도 않고
빈 허공에 날마다 한자를 써 내리면
외로운 글자들이 직선과 곡선 사이를 맴돌아
밤의 허공을 유영하다 항 번 할 곳 없이
튕겨져 나오던 그것은
아버지 가슴 시린 고독이었다
200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