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미소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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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6 19:55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
봄의 미소 / (宵火)고은영
끝없이 긴 터널 안은
퀴퀴하고 눅눅한 습기로 봉인된 채
지루하고 단조로운 어둠이 만연해 있었다
마치 빛을 기억하지 못했던 블랙홀처럼
모든 길은 추위의 경계에 갇혀 꽁꽁 얼었고
마농지처럼 미끄러워 아슬아슬 했다
아, 그 황량했던 계절의 보고
불황만을 해산하던 단애의 나날들
간혹 눈발이 흩날리던 백야의 고독이거나
살을 에는 바람이 까칠한 휘몰이로 울던 동토에서
우리 대화가 허물어지거나 형체조차 사라지는 결빙된 어둠 사이
반짝하던 순간의 창백한 미소와 가는 맥박 소리
그것은 살아있는 작은 축복과 기적으로 다가온 봄의 기척
무작정 어둠을 헤집고 휘적휘적 걸었다
건조하고 밋밋한 가슴으로 건너던
적멸의 계절을 지나 어둠의 정점에서
후두엽으로부터 인지하는 환희로 가득한 뜨락에
이제야말로 제제 거리는 새소리들
황홀한 빛의 언어로 희열에 들뜬 봄의 정수리에
녹아내리는 맑은 물소리 가난한 영혼을 적신다
20090226
끝없이 긴 터널 안은
퀴퀴하고 눅눅한 습기로 봉인된 채
지루하고 단조로운 어둠이 만연해 있었다
마치 빛을 기억하지 못했던 블랙홀처럼
모든 길은 추위의 경계에 갇혀 꽁꽁 얼었고
마농지처럼 미끄러워 아슬아슬 했다
아, 그 황량했던 계절의 보고
불황만을 해산하던 단애의 나날들
간혹 눈발이 흩날리던 백야의 고독이거나
살을 에는 바람이 까칠한 휘몰이로 울던 동토에서
우리 대화가 허물어지거나 형체조차 사라지는 결빙된 어둠 사이
반짝하던 순간의 창백한 미소와 가는 맥박 소리
그것은 살아있는 작은 축복과 기적으로 다가온 봄의 기척
무작정 어둠을 헤집고 휘적휘적 걸었다
건조하고 밋밋한 가슴으로 건너던
적멸의 계절을 지나 어둠의 정점에서
후두엽으로부터 인지하는 환희로 가득한 뜨락에
이제야말로 제제 거리는 새소리들
황홀한 빛의 언어로 희열에 들뜬 봄의 정수리에
녹아내리는 맑은 물소리 가난한 영혼을 적신다
2009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