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김용호

홈 > 시 백과 > 시인의 시
시인의 시
 
* 특정 종교나 정치.사상, 이념에 치우친 작품과 다수 회원이 삭제를 요청하는 글은 양해없이 삭제되거나 개인게시판으로 옮겨집니다.
* 저자난에는 이름만 사용해야 하며, 별명이나 아호 등을 사용해 등록자 이름과 저자(시인)의 이름이 달라지면 검색이 되지 않습니다.
* 모두를 위하여 한 번에 많은 작품을 연속해서 올리는 것은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 목록의 등록자 이름에 마우스를 놓고 클릭하시면 해당 등록자가 올린 작품을 한번에 조회할 수 있습니다. 
* 검색시에는 리스트 하단 <다음검색>버튼으로 나머지 검색 결과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꽃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김용호

김용호 0 400
저자 : 김용호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꽃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김용호

꽃이 다소곳이 맞이한 꿀벌은
꽃의 의중과 상관없이
꽃의 소중한 부위를
휘젓고는 더듬거린다.

꽃은 꿀벌의 정념을
조심스레 대할 겨를도 없이
포용해야할 숙명의 순간이다.

꽃이 삶의 존재를 대가 없이
눈감고 내어 맡기는 이 설레임은
마음에 와 닿을 삶의 가치가
더한층 눈부셔 질 거라는 기대 때문이다.

꿀벌이
감춰 두고 고이 간지하고 싶은
꽃의 생명과도 맞바꾸고 싶지 않은
부드러운 조직체로 이루어진
소중한 꽃의 암내 내음 진한
그 부위를 스읍스읍 핥을 때

유익함이 도달해 희열을 맛보면서
달콤함이 빠져나가고 있음을
아슬아슬하게 느끼며
아련하게 넋을 잃는다.

꿀벌의 몸짓은
자기만의 충족을 채우기 위한 욕구일까
아님 꽃과의 정겨운 교제 이였을까
아님 꽃과의 진정한 사랑 이였을까

달콤함을 흡수한 꿀벌은
꽃이 아름답다는 그 말 한마디하지 않는다.
꽃을 좋아한다는 그 말 한마디하지 않는다.
꽃을 사랑한다는 그 말 한마디하지 않는다.

꽃이 슬픔을 느끼는 이유는
꿀벌의 인정머리 없는 사고에……
꿀벌의 책임감 없는 면피에……
꿀벌이 낯설음이 기어 들어와
오래 오래 행복할거라는
꽃의 부푼 꿈을
하실 하게 한 절망을……

그리고
고마움도 느끼지 못하고
감사할 줄도 모르고
혼자 쾌락을 줄기고 단물만
스읍스읍 빨아먹는 게걸의 야속함 때문이다.
0 Comments
제목 저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