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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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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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鳶

이향아 0 272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연鳶/이향아






풀 먹인 명주실로 나를 묶은 당신은

실한 날개 한 쌍도 함께 주었습니다

우리 사이 이어진 길고 긴 핏줄로

새처럼 솟구치는 목숨의 자유

눌렀던 소원을 대양에 놓아

나는 지금 전류처럼 사무칩니다

팽팽한 얼레에 몸부림칠 때에도

유유히 풀어서 허락할 때에도

나는 오로지 당신의 연(鳶)일 뿐

벽공에는 바람이 휘파람을 불고

나는 지금 온몸으로 흐느낍니다

당신이 놓거나 내가 놓치거나

뿌리 없는 연기처럼 길을 잃는 일

꿈에라도 그런 일은 없을 것입니다

나는 지금 어지러운 황홀에 잠겨서

날개 펴 얼 바쳐 춤을 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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