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하늘의 짐에게
어서 눈을 내려 줍쇼
상소문 올릴까
풍년 든다
하기에

첫눈
오는 날은
거짓말해도
임금님께 죄가 되지 않다는데
서울에서
이처럼 봄 마중이
성큼성큼 다가서는 데도
눈 못 본지 처음이다

아니 벌써
강남 어딘가 서는
만삭의 봄 것들이
진땀 쏟아내며
으매!
싹수를 낼 모양이다
꽃은 꽃대로
나무는 나무대로
풀은 풀대로
땅에서
혹은 하늘에서
번지는 봄의
기운

하지만 아직은
봄이 남세스러워
강원도 산간에 쌓인
눈이야 낭만처럼
느껴지지만
하늘의 뜻일지라도
서울과 변방에
잃어가는
겨울 戀歌여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데
차마 보내드리긴 하오나
그대 참한 눈과
눈꽃 봤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