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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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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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이향아 0 369
저자 : 이향아     시집명 : 온유에게
출판(발표)연도 : 2014     출판사 : 시와시학
오늘 아침/이향아




이제 그만 수렁에서 빠져나와야지

혼신으로 몸을 일으킨다

집요한 만단의 유혹을 뿌리치고

미끄러운 진창의 헛발을 이기고

삶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어제까지는 아무 것도 아냐,

무효라는 듯이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처용랑을 생각한다

동해에 솟은 푸른 달을 태우며

새도록 미쳐서 춤을 춘 것은

기적의 아침을 알고 있기 때문

그것을 철석같이 믿기 때문이다



울어야 할 일은 아직 남아 있는데

창밖에는 비가 오고

자양분 많은 지난밤의 어둠이

결심한 듯 각오한 듯 접신이 들어

어쩔 수 없는 막다름에 던졌던 몸을

죽어라 되살려 세우나 보다

움이라도 새로 틔우려나 보다

오늘 아침 뼈마디마다 맑은 피가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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