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로 물 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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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로 물 베기

이재봉 0 560
저자 : 이재봉     시집명 : 익명의 시선
출판(발표)연도 : 2023     출판사 : 부크크
칼로 물 베기 / 이재봉

칼로 물을 벤다
날 선 칼을 미련 없이 내려치자마자
금세 다시 붙는다
베어도 베어도 베어 지지 않는 물
사람의 몸이 물로 이뤄졌듯이 사랑도
물로 이루어졌다
아무리 날카로운 칼이라도 물을 벨 수 없다
이제 그만 헤어지고 싶어도
물에 젖어 갈라설 수 없다
부부싸움을 해 본 사람은 안다
물은 절대로
칼로 벨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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