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 위에 쓴 시 2_강물 속에 빠뜨린 문장 - 홍관희
처럼
0
515
2020.02.21 19:28
저자 : 홍관희
시집명 : 사랑 1그램
출판(발표)연도 : 2022
출판사 : 사랑 1그램
강물 위에 쓴 시 2
-강물 속에 빠뜨린 문장
홍관희
드들강 징검다리 위에 쭈그리고 앉아
시어를 낚다가
짓고 있던 문장을 그만 강물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물에 젖은 채 어디론가 흘러가는
미완의 문장
내 주변을 맴돌던 작은 물고기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던 물오리들이
물속에 빠진 그 문장을 떠받치며
문장의 빈 자리를 듬성듬성 채우고 있었다
그러고도 남는 부분은
나의 절친 드들강이
징검다리 앞에서 쉼표 몇 잎 달고 있는 버드나무를 불러들여
마저 채우는 것이었다
강물 속에 빠뜨린 문장에도
나의 시가 이렇게 여럿의 도움으로 지어져
드들강 한 생애의 일부를 이루며 흐르고 있듯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부족한 내 삶의 여백을 채워 주고 있는 것이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을
징검다리 위에서 느릿느릿 알아가고 있을 때
외발로 물을 딛고 선 채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왜가리 한 마리
저공비행하며 물속에서 건져올린 시 한 수
물결 닮은 날개짓으로 너울너울 낭송하며
강물 위를 평화로이 날고 있었다
-강물 속에 빠뜨린 문장
홍관희
드들강 징검다리 위에 쭈그리고 앉아
시어를 낚다가
짓고 있던 문장을 그만 강물 속에 빠뜨리고 말았다
물에 젖은 채 어디론가 흘러가는
미완의 문장
내 주변을 맴돌던 작은 물고기들과
삼삼오오 모여서 힐끔힐끔 내 눈치를 보던 물오리들이
물속에 빠진 그 문장을 떠받치며
문장의 빈 자리를 듬성듬성 채우고 있었다
그러고도 남는 부분은
나의 절친 드들강이
징검다리 앞에서 쉼표 몇 잎 달고 있는 버드나무를 불러들여
마저 채우는 것이었다
강물 속에 빠뜨린 문장에도
나의 시가 이렇게 여럿의 도움으로 지어져
드들강 한 생애의 일부를 이루며 흐르고 있듯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
부족한 내 삶의 여백을 채워 주고 있는 것이
누군가의 따뜻한 사랑이라는 것을
징검다리 위에서 느릿느릿 알아가고 있을 때
외발로 물을 딛고 선 채
이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왜가리 한 마리
저공비행하며 물속에서 건져올린 시 한 수
물결 닮은 날개짓으로 너울너울 낭송하며
강물 위를 평화로이 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