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지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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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7 09:38
저자 : 박남준
시집명 : 그 숲에 새를 묻지 못한 사람이 있다
출판(발표)연도 : 1995
출판사 : 창작과비평사
돌아보면 젖은 슬픔의 기억처럼
눈들이 녹지 않고 잔설로 잔설로 분분한데
숲에 누우면 황금빛 솔잎들
저문 날의 노을로 수북이 진 겨울숲에 누우면
허공중에 난데없는
궆이궆이 서늘한 큰 강물줄기
강물로 이는 바람에 귀기울이면
낮은 낮은 목소리 마른 풀잎을 울리는 저
바람이 스쳐온 날들 알 듯도 하네
먼 들의 불빛에도 엎드려 흐느끼던 저주 같은 목숨
언제인가 마른 수숫단처럼 풀썩 무너지며
내 삶의 폐가에 쑥대 우거지던 바람
회오리쳐 아------- 뒤돌아볼 수 없어
황망한 가슴 쓸어내리며
세상은 고통스러웠어 말하지 않겠어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 슬픈 노래
많은 날들이 흐르고 내가 어느덧
죽음의 나이에 들어도 묻어둔 채 묻어둔 채
다시 강물로 흐르고 싶지는 않아
비참해
술에 취해 쓰러지겠다
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다
바람은 알겠다 그 숲의 산과 겨울 나무들 위에
눈물의 강줄기가 쉬지 않을 때
한 시절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의 시간을
눈들이 녹지 않고 잔설로 잔설로 분분한데
숲에 누우면 황금빛 솔잎들
저문 날의 노을로 수북이 진 겨울숲에 누우면
허공중에 난데없는
궆이궆이 서늘한 큰 강물줄기
강물로 이는 바람에 귀기울이면
낮은 낮은 목소리 마른 풀잎을 울리는 저
바람이 스쳐온 날들 알 듯도 하네
먼 들의 불빛에도 엎드려 흐느끼던 저주 같은 목숨
언제인가 마른 수숫단처럼 풀썩 무너지며
내 삶의 폐가에 쑥대 우거지던 바람
회오리쳐 아------- 뒤돌아볼 수 없어
황망한 가슴 쓸어내리며
세상은 고통스러웠어 말하지 않겠어
기억하고 싶지 않아 그 슬픈 노래
많은 날들이 흐르고 내가 어느덧
죽음의 나이에 들어도 묻어둔 채 묻어둔 채
다시 강물로 흐르고 싶지는 않아
비참해
술에 취해 쓰러지겠다
바람이 지는 숲에 잠들겠다
바람은 알겠다 그 숲의 산과 겨울 나무들 위에
눈물의 강줄기가 쉬지 않을 때
한 시절 벼랑 끝에 서 있던
사람의 시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