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철에 개를 잡다
뜨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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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11:13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88
출판사 :
선거철에 개를 잡다 / 강희창
우르르 모여서 맘에 드는 황구 하나 골라
끌어다가 패든지 매달아 잡고
짚토매 불 질러 개털 끄실르는 일이다
초장부터 한 뼘 혓바닥 잘라 소금 찍고
소주잔 기울이며 판을 벌인다
구신은 으뜸 정력제라 다투기 십상이고
된장 풀어 익어갈 쯤이면 온통 소음뿐인데
아무리 먹어도 뒤탈이 없다며
보긴 그래도 역시 맛은 껍데기가 최고란다
선거철이 되니 연락도 없던 친구놈이
한 여남은 명 모여 개나 잡게 넘어 오란다
언 놈 잘 되라고 희생되는 개도 불쌍코
하필 뿔도 없는 짐승이 제물인지 몰라
에라 나는 안 갈란다
나 같은 개털이 빠진다고 뭐 대수겠냐
똑같은 개들 중에서 하나 고르는 것도 싫고
짖고 까부는 것도 보기 싫고
시답잖은 얘기 듣기 싫으니
에이, 나는 안 갈라네.
(1988년)
우르르 모여서 맘에 드는 황구 하나 골라
끌어다가 패든지 매달아 잡고
짚토매 불 질러 개털 끄실르는 일이다
초장부터 한 뼘 혓바닥 잘라 소금 찍고
소주잔 기울이며 판을 벌인다
구신은 으뜸 정력제라 다투기 십상이고
된장 풀어 익어갈 쯤이면 온통 소음뿐인데
아무리 먹어도 뒤탈이 없다며
보긴 그래도 역시 맛은 껍데기가 최고란다
선거철이 되니 연락도 없던 친구놈이
한 여남은 명 모여 개나 잡게 넘어 오란다
언 놈 잘 되라고 희생되는 개도 불쌍코
하필 뿔도 없는 짐승이 제물인지 몰라
에라 나는 안 갈란다
나 같은 개털이 빠진다고 뭐 대수겠냐
똑같은 개들 중에서 하나 고르는 것도 싫고
짖고 까부는 것도 보기 싫고
시답잖은 얘기 듣기 싫으니
에이, 나는 안 갈라네.
(1988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