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와 캔디
뜨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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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01 11:19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98
출판사 :
할아버지 와 캔디 / 강희창
그분은 웃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여든이란 세월은 학교에 갓 들어간 내게
이승의 이쪽과 저쪽이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시골에서 보기 힘든
오렌지 캔디를 사오라 하셨다, 작은 목소리로
캔디가 그려진 비닐껍질까지 주면서
내가 마지막 할 일이란 그뿐이었다
캔디를 살 수 있는 학꼬방은 두 군데
삼각형으로 오십 리 길이다
어둑해서야 가져온 주홍색 캔디
하얗고 긴 수염을 젖히고
가물거리는 등잔불 밑에서 거푸 드셨다
반 봉지나 남겨둔 채
코밑에 댄 솜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 캔디 모양의 달이 떴다
혼자 잠을 청하던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부모님 두 분 다 가고 없는 지금
캔디는 풀 수 없는 응어리로
두려움은 또 다른 이름으로 내게 있다.
( 1998 . 9 )
그분은 웃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여든이란 세월은 학교에 갓 들어간 내게
이승의 이쪽과 저쪽이다
돌아가시기 며칠 전 시골에서 보기 힘든
오렌지 캔디를 사오라 하셨다, 작은 목소리로
캔디가 그려진 비닐껍질까지 주면서
내가 마지막 할 일이란 그뿐이었다
캔디를 살 수 있는 학꼬방은 두 군데
삼각형으로 오십 리 길이다
어둑해서야 가져온 주홍색 캔디
하얗고 긴 수염을 젖히고
가물거리는 등잔불 밑에서 거푸 드셨다
반 봉지나 남겨둔 채
코밑에 댄 솜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날 밤 캔디 모양의 달이 떴다
혼자 잠을 청하던 나는 두려움에 떨었다
부모님 두 분 다 가고 없는 지금
캔디는 풀 수 없는 응어리로
두려움은 또 다른 이름으로 내게 있다.
( 1998 . 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