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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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최일화 0 326
저자 : 최일화     시집명 : 마지막 리허설
출판(발표)연도 : 2019     출판사 : 시인동네
그림자 / 최일화


많은 그림자 어른거려야 어린이는 잘 자란다
엄마 아빠의 그림자가 있어야 하고
할아버지 할머니 그림자가 하늘 그림자처럼 드리워야 하고
고모, 이모, 외삼촌의 그림자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그림자가
오곡백과처럼 풍성해야 무럭무럭 자란다
언니, 오빠, 누나 그림자가 있으면 금상첨화다
그 그림자를 밀고 당기고
뒤집어쓰고 밟고 뭉개고 껴안으며 놀아야 한다
그 그림자와 때리고 싸우고 미워했다가 화해하고
다시 악수하고 나란히 앉아 밥을 먹어야 한다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
떨어져 나와
혼자 즐겁게 다시 고독을 견디며 자라야 한다
엄마 아빠의 그림자는 있어야 하는데
엄마 아빠 그림자가 없는 아이들이 있다
어떤 아이는 엄마의 그림자가 없고
어떤 아이는 아빠의 그림자가 없다
그림자가 없으면 아이들은 무서움을 타고
외로움을 타고 밤에 오줌을 싸기도 한다
여러 가지 그림자 속에서 자라 어린이는 또 다른 그림자를 찾아나선다
어떤 아이는 아인슈타인의 그림자를 찾아가고
어떤 아이는 박수근의 그림자와 어울린다
엄마 아빠 그림자 같이 꼭 필요한 그림자가 없을 땐
누가 그 그림자를 대신해야 한다
내게 아버지의 그림자가 없을 때
할아버지 그림자가 대신하여 위기를 모면했다
할아버지가 없는 아이들은 선생님이라도
그 그림자를 대신해야 하는데
선생님의 그림자마저 없는 아이들도 있다
아무리 사방을 둘러봐도 그림자 구하기가 여의찮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책을 이용하면 된다
어떤 책 속엔 사랑의 그림자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그 그림자 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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