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강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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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강 이야기

민미량 0 508
저자 : 민미량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동진강 이야기”

파랑새 영원히 잠들고
녹두꽃 피었던 황금들녘에서
청포장수 구슬프게 노래하던
동진강은 흐른다.
 
논길 검은 우산 속
갓 낳은 아이는 잠이 들고
멀리서 풀 뽑는 어머니가
애를 태우던 넓은 들논(김제평야)

시퍼런 실개천 따라
어린 삶을 시리도록 담아 놓고
넓은 들판 검은 하늘 뇌성 칠 때면
배가고파 먹었던 소낙비 젖은 점심

굽이, 굽이 돌아가는 동진강 따라
창자가 끊어지는 애절한 피는
삶의 깊이로 성숙해진 인생의 향연이 담아 있는 곳

아, 이 일을 기억하는 전라도 내 고향!
(김제평야)

감곡역 기적소리 승방산에 울리면
어머니 호롱불 켜고 나선 길에는
하얀 고무신 새벽이슬 젖는데
서울 가신 아버지 오시지 않고

어머니 숨죽여 훌쩍이면
어린 새 가슴은 출렁이고
마음 서러워 노래 가락 흥얼 거리면
캄캄한 신작로 탱자나무 아래로
여우가 슬그머니 지나가던 곳

불교문화 잡신들이 가득했던 성황당 길
계집아이 처음으로 가정 혁명을 일으키고
쫓겨난 여우 굴에서
금식기도 물로 배를 채우고
등교하는 십리 길에서 만난 술둑고개 강도
(감곡)

곰소장터 열리는 날
어머니 손잡고 새벽 길 나섰는데
황새기 젓, 멸치젓, 갈치젓 김장 젓갈은 샀지만

깡마른 오징어는 비싸다고 뒤돌아서던 어머니
육십리 길 종종 걸음 머리에 이고 오면서
투 덜 거리던 어린 나는

어머니 시린 마음 내 눈에 보이니
나도 참고, 어머니도 참고
종종 걸음으로 다녀온 곰소장 날
(곰소)

하얀 연기 칙칙폭폭 기차에 앉아
전봇대 거꾸로 지나가던 정읍구경
노래자랑 트로피에 어린소녀 가수 꿈을 키우고

촌스런 여학생 사복입고
몰래 친구와 함께 찾아 갔던 정읍극장
대 지옥,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남진영화
이 세편의 영화는 한국에서 보았던 처음이자 마지막 영화 
(정읍)
 
왕신 동산 시화전 날에 아름다운 시를 읽고
동진강가 피어난 향기로운 하얀 꽃
배고파서 점심으로 따 먹었던 아카시아
바람 불면 벚꽃으로 꽃 싸움 하던 날 

십리길 책가방을 이고지고 다니던 길
철로길 뜨거워 내리고 오르다가
산속에 주저앉아 바라보던 높은 하늘
조각구름 떠가는 솔 나무 향기 가득한 산에서
송이버섯 한줌 따다 저녁상에 올리던 그날들
(신태인)
아, 이곳이 내가 자란 전라도 고향이어라!

여름이 되면
김제평야 들논에서 허리가 굽지만
어머니 따라나선 용도다리 조개잡이
변산 뻘에서 손가락 물리며 게를 잡던 시원한 바다

내장산 개울물 소녀의 시름을 달래주고
승방산, 금산사, 선운사, 백양사
소녀의 자연사랑 소풍으로 즐거웠던 곳

아, 이것이 동진강 따라 녹두장군 황금들판에서 펼쳐진
내 어린 시절 16년의 삶이어라!

이제, 뇌 주름
마음 주름 깊어만 가는데
얼마 남지 않은 내 생애에
잊혀진 어린 소녀의 기억을 깨워보면서

타국의 먼 길, 외로운 길
신앙을 지키려고 애쓰던 그날들
삶과 죽음의 터널을 넘나들었던 지난 세월을 보내고

이제, 이제는
넓은 김제평야 황금들녘에서 다시 뛰놀고 싶어라!

전라도 내 고향 동진강은
오늘도 내 마음에서 쉼 없이 흐르고 있다.

4월3일 2020년
Dallas Texas  민미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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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 역사 속에 살아온
96세 이 복순 여사
열 자녀 낳으시고 기르시고
전북도 장한 어버이 상을 받으시고 좋아하시던 어머니   
황금들녘 동진강에서 지금도 농사일을 하고 계신다.

코로나 19로 하늘 길 막혀
어머니 생신에 참석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하면서
대신, 이 글 하나로 어머니와 나의 어린 시절 추억을 회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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