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를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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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맞으며

뜨라레 0 421
저자 : 강희창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1986     출판사 :
비를 맞으며  /  강희창​

  느닷없이 비가 내리는 날
  피할 길 없어 그냥 맞는 날
  빗줄기 만큼씩 스며드는 초라함​

  물기 찬 안경알은 
  움츠린 몰골 가려 주건만
  정거장 모퉁이를 지날 때
  전기줄에 참새놈 자꾸 치어다 본다​

  눅눅한 기운이 산동네 가슴팍에
  배 - 배 똬리를 튼다
  뭉게구름 같은 허영은
  빗방울 무게로도 허물어 지고
  주머니는 더이상 안식처가 아니다​

  흙탕물 내뱉고 내빼는 자동차들
  질펀한 고갯길에 서투른 걸음마
  도시로 나온 지 일 년도 채 안된
  자존심이 홈빡 비에 젖는다. ​

          (1986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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