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 2가 84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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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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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동 2가 84번지

목필균 0 380
저자 : 목필균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필동 2가 84번지

 

 

                                                                                            목필균

 

필동 2가 84번지는

남산 자락에 있는 산동네입니다

 

공동수도, 공동화장실, 공동우물

양철지붕이 있는 흑백사진이 유년시절입니다

 

버찌가 간식이고

골짜기 맑은 물길이 놀이터이고

우물가 아주머니들은 소문의 창고이고

 

추워지면 나타나는 연탄가스 소동에

죽었다가 살아났다가 하면서

중학교 입시를 치르고 남산을 떠났습니다

 

도시개발 계획 덕분이었는지

낙후된 산동네가 재개발이 되어

면목동으로 떠난 후에 그리워하지 않았는데

 

내리막길 여유가 그 시절을 꺼내게 합니다

술지게미로 밥을 대신했던 친구는 어디서 늙어갈까

 

본적도 아니고, 원적도 아닌

필동 2가 84번지에

고무줄놀이도 공기놀이도, 술래잡기도 살아있습니다


몸은 낡아가는데 기억은 늘 또렷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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