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봄비를 따라가서 빈 배를 흔든다
poem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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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8.17 14:07
저자 : 박남준
시집명 : 다만 흘러가는 것들을 듣는다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문학동네
정처없는 것들이 밤새 숲을 흔들며 거센 강물 소리를 부려놓는다 잠자리를 뒤척이며 듣는 바람머리 길목 처마 끝에 목을 맨 풍경 소리가 현기증처럼 어지럽다 이윽고 내리는 해묵은 것들 씻어내는 봄비구나 세상의 무엇이 힘겹지 않겠는가
빗발이 일고 이제 낙숫물 소리 불을 켜놓고 잠이 들었군 아침 봄비 속에 물 안개가 자욱하다
나무들이 안개의 숲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아무도 없는데 내 입을 통해 나온 말이 내 귀에 닿는다 흠칫 놀란다 또 혼잣말을 하다니 그 말이 또 귀에…… 씁쓸한 웃음이 빗소리에 젖는다 젖은 마음이 비를 따라간다 깃을 적신 채 나뭇가지에 움추린 저 작은 멧새, 벌레를 잡는지 깃을 적시는 봄비가 허기를 채우지는 않겠지
가만 배가 고픈 것인가 아니면 습관, 된장국을 끓일까 밥이 좀 남아 있던가
빗발이 일고 이제 낙숫물 소리 불을 켜놓고 잠이 들었군 아침 봄비 속에 물 안개가 자욱하다
나무들이 안개의 숲을 걸어가고 있는 것 같구나
아무도 없는데 내 입을 통해 나온 말이 내 귀에 닿는다 흠칫 놀란다 또 혼잣말을 하다니 그 말이 또 귀에…… 씁쓸한 웃음이 빗소리에 젖는다 젖은 마음이 비를 따라간다 깃을 적신 채 나뭇가지에 움추린 저 작은 멧새, 벌레를 잡는지 깃을 적시는 봄비가 허기를 채우지는 않겠지
가만 배가 고픈 것인가 아니면 습관, 된장국을 끓일까 밥이 좀 남아 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