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풍경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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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16:04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유월 풍경 / (宵火)고은영
이 가난한 동네에도 벌들이 애무하는
밤꽃 향기 코를 찌른다네
나는 이제 거칠 것 없이 외롭지만
유월의 풍경에 자유로이 유영하는
내 영혼을 보노라니 행복에 겹기도 하다네
목련이 지고 난 뒤 목련 잎새는
바람이 섬세한 촉수를 핥고 지날 때마다
외마디 절정을 향하여 마냥 살랑거린다네
봄의 살풀이가 끝난 후
산 안개 뿌옇게 내려와 산의 중턱을 베어물고
여름이 들어선 풍경엔 오후의 햇살이 한가롭고
고독은 내면의 깊은 곳을 응시하면서도
나는 지금 누군가의 영혼을 훔쳐보고 있다네
초록이 환한 얼굴 위로 연륜이 주름들이
내 육신을 잠식해 가고 내 삶의 범주를 벗어난 저 산과
눈물진 유월의 멋진 서시에 나의 혼도 펄럭인다네
누군가 돌아오는 인적은 내게 없지만
배반과 위선과 모략과 술수로 점철된
인간의 세속에서 벗어난 기분이란
처철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화와 함께
풍경으로 스미는 지금 이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하는 지금이
천국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네
20120612
이 가난한 동네에도 벌들이 애무하는
밤꽃 향기 코를 찌른다네
나는 이제 거칠 것 없이 외롭지만
유월의 풍경에 자유로이 유영하는
내 영혼을 보노라니 행복에 겹기도 하다네
목련이 지고 난 뒤 목련 잎새는
바람이 섬세한 촉수를 핥고 지날 때마다
외마디 절정을 향하여 마냥 살랑거린다네
봄의 살풀이가 끝난 후
산 안개 뿌옇게 내려와 산의 중턱을 베어물고
여름이 들어선 풍경엔 오후의 햇살이 한가롭고
고독은 내면의 깊은 곳을 응시하면서도
나는 지금 누군가의 영혼을 훔쳐보고 있다네
초록이 환한 얼굴 위로 연륜이 주름들이
내 육신을 잠식해 가고 내 삶의 범주를 벗어난 저 산과
눈물진 유월의 멋진 서시에 나의 혼도 펄럭인다네
누군가 돌아오는 인적은 내게 없지만
배반과 위선과 모략과 술수로 점철된
인간의 세속에서 벗어난 기분이란
처철 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평화와 함께
풍경으로 스미는 지금 이 고요한 순간이야말로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하는 지금이
천국이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네
201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