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전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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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전한 하루

고은영 0 400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허전한 하루 / (宵火)고은영


예술은 언제던 내게 밥 한번 사 준 일이 없었다

당신은 오늘 하루를 살기 위해
얼마나 처절한 사투를 했나?
누군가로부터 자조적이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기억이 난다

희망없는 나루터에 앉아
그 무엇도 바라볼 수 없던 순간들이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나를 관통하고 있는 가시에 찔림은
만성이 돼 그래도 견딜 만하다는 결론에 다다랐지만
이렇게 견딜 수 있기까지 나는
얼마나 무거운 고통의 굴레에 갇혀 있었는가

이 봄비 속에 나머지 내 청춘을 흘려보내나니
외로움이라는 거추장스러운 의복조차도
때론 미치도록 안식과 평화를 갈구하는
사랑의 본질이기에 어쩌면
내게는 사랑마저도 찬란한 사치인지도 모른다

2012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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