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雨期)
고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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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31 16:08
저자 : 고은영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미발표
출판사 :
우기(雨期) / (宵火)고은영
계절은 제 아픔을 풀어내지도 못하고
안으로 깊숙이 아픔을 감춘 채
6, 7, 8월을 빗물에 출렁거렸다
허기진 의식들은 갈망을 읽다가
잠식된 무의식으로 매몰됐고
태양의 입자들이 뜨거운 갈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갔다
생의 전반을 뎁혀주던 사랑의 눈금도
급기야 사라져 갔다
비, 그리고 비, 넘치는 물관들이 폭우를 이루던 여름
살생을 즐기듯 비웃음의 본질을 드러내고
킬킬거리던 의도적인 이별이거나 상투적인 몸짓들은
첫 것을 회복하지 못하여 고사해 갔다
그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러나 또 다시 홀로 놓인 것들의
씁쓸함이거나 서러움은
어떤 위로로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탈탈 털어낸 빈처에 바람의 통로 하나 생겼다
고통이여 아픔이여 너희도 미련없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 전에
잊힌 기억의 회로로 스스럼없이 젖어들어라
20110814
계절은 제 아픔을 풀어내지도 못하고
안으로 깊숙이 아픔을 감춘 채
6, 7, 8월을 빗물에 출렁거렸다
허기진 의식들은 갈망을 읽다가
잠식된 무의식으로 매몰됐고
태양의 입자들이 뜨거운 갈구로부터
조금씩 멀어져 갔다
생의 전반을 뎁혀주던 사랑의 눈금도
급기야 사라져 갔다
비, 그리고 비, 넘치는 물관들이 폭우를 이루던 여름
살생을 즐기듯 비웃음의 본질을 드러내고
킬킬거리던 의도적인 이별이거나 상투적인 몸짓들은
첫 것을 회복하지 못하여 고사해 갔다
그래 변명의 여지가 없는
그러나 또 다시 홀로 놓인 것들의
씁쓸함이거나 서러움은
어떤 위로로도 위안을 얻지 못한다
탈탈 털어낸 빈처에 바람의 통로 하나 생겼다
고통이여 아픔이여 너희도 미련없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기 전에
잊힌 기억의 회로로 스스럼없이 젖어들어라
20110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