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낙엽을 불러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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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낙엽을 불러오고

저자 : 윤갑수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바람은 낙엽을 불러오고/初月

거리에 서성이는 바람은
떨어진 낙엽들을 구석진 곳으로
모아놓고 수북이 쌓인 낙엽이
포개어 서로 얼굴을 부비부비
아픔을 달래준다

간간히 바람은 떨어진 설움
한줌을 데리고 와 아직 물기도
빠지지 않은 눅눅한 나신이
바짝 마른 사체들을 짓누른다

아픔이 아려오는 듯
부스럭 거리는 바람소리 또
하나의 낙엽을 데려다 놓고
침묵 속에 깊어가는 밤
잠들지 못한 영혼은 뜯눈으로
날이 샌다

바람은 어둠을 몰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새 빛바랜 낙엽만
즐비하게 허무한 성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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