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오후 허친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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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오후 허친남

허친남 0 333
저자 : 허친남     시집명 :
출판(발표)연도 : 2020     출판사 :
어느 오후 

앳된 여름이 가득 내린 작은 연못
초록의 창검들 병풍처럼 둘렀고

창포 향 노란 깃발들
손을 저어 바람을 까불리며
오월 향기 뿌려대고 있다

떠나기가 아쉬운 봄의 막내
깃발들 사이에 몸을 숨겼다

등헤엄치는 쟁반 아래
수련의 망울들 화려한
꿈 다듬는 소리 들린다

물속 사내들이
뿌린 안개 사라진 자리에
말똥말똥 샛별들 새 삶의 출발 채비 바쁘다

지나는 바람은
깃발 흔들어 봄을 내몰고
한가한 오후는 연못가에 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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