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 교육
김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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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9 14:13
저자 : 김용화
시집명 : 먼길
출판(발표)연도 : 2000
출판사 : 시학
밥상머리 교육
밥상머리 엄마 잔소리를 들을라치면
어느새 골방 구석에 엎어져
코를 박고 있었다
-가이도 밥 먹을 땐 큰 소리 않능 거란다!
할머니도 얼굴에 짙은 그늘을 깔며
숟가락을 놓아 버렸다
이윽고 새로 차려진 밥 한 공기와
깨소금 간장 종지가
쟁반에 받쳐져 들어왔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안아 일으키며
-어여 먹어, 안 먹으면 쓰나?
한술 떠 입에 넣어주려는 순간
탁-, 숟가락을 채뜨렸다
하얀 밥알이 할머니 얼굴로 담벼락으로
튀어 나갔다
-안 먹으면 죽는다, 죽어!
할머니는 옷고름 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오머니가 그러닝께 버릇이 읎쥬!
차가운 금속성 목소리가 귀를 찢었다
귀가 어두신 할머니,
잠자코 흩어진 밥알만 주워 담고 있었다
밥상머리 엄마 잔소리를 들을라치면
어느새 골방 구석에 엎어져
코를 박고 있었다
-가이도 밥 먹을 땐 큰 소리 않능 거란다!
할머니도 얼굴에 짙은 그늘을 깔며
숟가락을 놓아 버렸다
이윽고 새로 차려진 밥 한 공기와
깨소금 간장 종지가
쟁반에 받쳐져 들어왔다
할머니는 어린 손자를 안아 일으키며
-어여 먹어, 안 먹으면 쓰나?
한술 떠 입에 넣어주려는 순간
탁-, 숟가락을 채뜨렸다
하얀 밥알이 할머니 얼굴로 담벼락으로
튀어 나갔다
-안 먹으면 죽는다, 죽어!
할머니는 옷고름 끝으로 눈물을 찍어냈다
-오머니가 그러닝께 버릇이 읎쥬!
차가운 금속성 목소리가 귀를 찢었다
귀가 어두신 할머니,
잠자코 흩어진 밥알만 주워 담고 있었다